1960∼1970년대 관능적이면서도 발랄한 이미지로 시대를 풍미했던 프랑스 여배우 미레유 다르크가 28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79세.
RTL방송 등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다르크는 지난해 11월 두 차례의 뇌출혈을 겪은 뒤 치료를 받아오다 최근 병세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이날 아침 파리 모처에서 숨을 거뒀다.
1938년 프랑스 툴롱의 스위스계 가정에서 태어난 다르크는 영화계 입문 이후에는 본명 미레유 애그로즈를 버리고 프랑스의 역사적 영웅으로 추앙 받는 잔 다르크(Jeanne d`Arc)의 이름을 딴 예명으로 활동했다.
1960∼1970년대 프랑스의 대표적인 여배우로 활동하며 50여 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으며 브리지트 바르도와 함께 섹시하면서도 발랄한 현대 프랑스 여성의 이미지로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다르크는 누벨바그 사조를 이끈 당대의 명감독 장 뤽 고다르가 프랑스 68 학생운동 직전에 내놓은 `주말`(1967)을 통해 이름을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조르주 로트너 감독과는 13편의 영화를 함께 찍으면서 성적으로 개방적인 여성의 캐릭터들을 연기해 당대의 `아이콘`이 됐다.
특히 1972년과 1974년 `검은 구두를 신은 키 큰 금발 신사`(Le Grand Blond avec une chaussure noire) 등 이브 로베르 감독의 미스터리 코미디물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섹스 심벌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구축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서는 지병인 심장병이 악화해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는 프랑스 TV 드라마에 출연해 잇따라 성공을 거두면서 재기했다.
영화 출연 외에도 다르크는 다큐멘터리 제작에 공을 들여, 장기 이식, 성(性) 노동자, 성인영화 출연 여배우 등에 관한 주목할 만한 르포르타주를 내놓기도 했다.
생전에 리베라시옹과 한 인터뷰에서 그는 "다큐멘터리는 나의 인간적인 면을 가장 풍요롭게 해주는 분야로 나는 그 안에서 성장했다"면서 "영화 출연은 나의 생업이었고 행복했지만, 가끔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고, 내가 성장한다고 느끼진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르크는 관능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이미지로 프랑스 영화계에서 여배우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지만, 배우 알랭 들롱과 동거한 사실로 더 유명했다.
알랭 들롱과는 1968년 장 에르망 감독의 `제프`에서 함께 출연하면서 사랑에 빠져 `볼사리노`(1970) 등을 다수의 영화에서 공연하며 연인 관계를 15년간 이어갔다.
프랑수아 니센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트위터에서 "프랑스 영화계의 위대한 인물이 우리를 떠났다"면서 "다르크는 훌륭한 배우인 동시에 용기 있고 사회에 헌신한 여성이었다"고 애도했다.
유족으로는 두 번째 남편인 건축가 파스칼 데스프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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