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외도를 추궁하며 때리는 남편을 피하다 건물 아래로 떨어져 숨졌더라도 충분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한 남편에게 사망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형사부(안성준 부장판사)는 아내를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기소된 오모(4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오씨는 지난해 9월 30일 오후 7시 50분께 서울 양천구 자신의 집 안방에서 아내 A(42)가 내연남을 만난 이야기를 듣고 격분한 나머지 포크와 주먹으로 A씨의 머리와 얼굴을 수차례 때리며 내연남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추궁했다. 이로 인해 A씨는 코뼈가 골절되는 등 상처를 입었다.
남편의 폭행을 피하려고 안방 옆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근 A씨는 이후 화장실 창문에서 약 10m 아래 1층 바닥으로 떨어져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검찰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뒤따라가 화장실 문을 부쉈고 문이 거의 열릴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 되자 A씨가 창문을 통해 몸을 피하려다 추락하게 됐다"며 오씨에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재판부는 오씨에게 아내가 숨지게 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가한 상해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가 폭행을 피해 화장실로 피했다`는 부분과 `화장실 문이 열릴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 전개되자 화장실 창문으로 뛰어내렸다`는 부분의 사실관계를 인정할 직접·간접 증거가 없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이 주된 공소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예비적 공소사실로 제기한 상해죄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오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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