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6개월째를 맞는 지난 10일 충북 옥천군 옥천읍의 육영수 여사 생가는 휴일인데도 찾는 사람 없이 썰렁했다.
드문드문 들어오는 방문객도 집안을 한바퀴 둘러보고 서둘러 대문을 빠져나갈 뿐, 예전같이 마당에 서서 사진을 찍거나 방명록에 기록을 남기기 위해 길게 줄을 이루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문 앞 버스주차장에도 승용차 2대만 넓은 공간을 차지한 채 한가롭게 세워져 있다. 이날 방문객은 평일보다 조금 많은 394명에 그쳤다. 과거 한해 20만명이 찾던 관광지의 휴일 입장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초라한 숫자다.
관리인 조모씨는 "과거 주말마다 전국서 몰려드는 관광버스로 대문 앞이 혼잡을 빚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절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올해 이 집 방문객은 5만4천900명으로 2015년(19만4천77명)과 지난해(16만7천772명)의 28.3와 32.7에 머물렀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3월 10일 이후로는 한 달 7천명 남짓한 4만7천829명이 찾는 데 그쳤다. 평일 방문객이 100명을 밑돈 날도 많다.
이 집은 육 여사가 태어나 박정희 전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다.
조선후기 지어진 99칸 전통 한옥인데, 낡아 허물어진 것을 옥천군이 2011년 37억5천만원을 들여 복원했다.
주변에는 `향수`의 시인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 사마소, 향교 등 문화유산이 풍부해 한해 20만명이 찾는 이 지역 최대 관광지로 각광받았다.
18대 대통령 선거가 있던 2013년에는 박근혜 지지자 등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역대 최고인 37만5천명이 다녀간 적도 있다
이웃에 사는 김옥희씨는 "과거 관광객들로 붐비던 생가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찾는 흉가처럼 변해가고 있다"며 "덩달아 주변 상권까지 침체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인근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김희분씨도 "과거 관광버스가 들락거리면서 왁자지껄하는 생가 분위기가 몇 달만에 180도 바뀌었다"며 "몇명 안 되는 방문객도 정지용 생가 등을 찾는 사람들"이라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방문객 감소로 가을 성수기가 되면 이 집 마당에서 열던 부채춤 공연과 다도·서예 등 전통문화체험도 중단된 상태다.
옥천군은 구읍(舊邑)이라고 불리는 이 집 주변의 침체된 상권을 되살리기 위해 최근 전통문화체험관 건립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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