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국가 세르비아 성소수자 행진에 사상 처음 총리 참가

입력 2017-09-18 18:32  


발칸반도의 보수적인 국가 세르비아에서 열린 성소수자 행진에 사상 처음으로 총리가 참석했다.
17일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성소수자 행진 대열은 아나 브르나비치(41) 총리가 앞장섰다.
브르나비치 총리는 "세르비아 정부는 모든 시민들의 권리가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 것"이라며 "다양성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길 원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취임한 브르나비치 총리는 세르비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동성애자 총리다.
마케팅 전문가 출신으로 정계 입문 경력이 1년 밖에 안된 그의 총리 임명은 유럽연합(EU) 가입을 원하는 세르비아가 대외적인 이미지 개선을 위해 꺼낸 카드라는 일각의 평가 절하에도 불구하고, 세르비아 성소수자 공동체는 그의 총리 지명이 세르비아 사회에 만연한 동성애 혐오증을 타개하는 중요한 진전으로 반겼다.
세르비아 경찰은 이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력 약 2천명을 동원, 행진이 열린 베오그라드 시내를 철저히 통제했다.
세르비아에서는 성소수자 행진이 처음 열린 2001년에는 참가자들이 보수적 군중에게 폭행을 당하는 불상사가 일어났고, 2010년 극우 활동가들이 성소수자 행진에 난입, 경찰과 충돌하며 1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나왔다. 이 사건 이후 성소수자 행진은 3년 동안 중단됐다가 2014년에야 재개됐다.
이날 청바지에 어두운 색 재킷을 걸친 차림으로 등장해 셀피 촬영을 요청하는 지지자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린 브르나비치 총리는 "오늘 행진은 과거 몇 년에 비해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세르비아 성소수자 단체들은 세르비아가 최근 들어 성 정체성을 둘러싼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법적 장치를 도입하고 잇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소수자의 권리 보호가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서유럽 국가들처럼 동성결합법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브르나비치 총리는 동성결합법이 의회에서 승인될 것이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민권을 증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각료, 시민 사회 단체들과 협의할 것"이라며 "한번에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우리가 좀 더 관대한 사회를 만드는 방법이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르비아의 실권자인 알렉산다르 부치치 총리는 이날 행진에 참가해달라는 초청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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