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19일 문재인 대통령, 세계 시민상 수상>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19일 대서양협의회(Atlantic Council)로 부터 세계시민상을 수상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 상을 지난 겨울 내내 추운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대한민국 국민들께 바치고 싶다"며 수상소감을 밝혔습니다.
아래는 문 대통령의 세계시민상 수상 소감 전문입니다.
<사진(청와대 제공): 19일 문재인 대통령, 세계 시민상 수상>
존경하는 켐프 회장님, 트뤼도 총리님, 케이타 대통령님, 카보레 대통령님, 라니아 왕비님, 그리고 행사를 준비하느라 애쓰신 애틀랜틱 카운슬 관계자들과 자리에 빛내주고 계신 귀빈 여러분, 반갑습니다.
뜻깊은 상을 수상하며 이 자리에 서게 되어 영광입니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님과는 지난 G20에서 만나 양국의 협력과 한반도 평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특히 양성평등과 시리아 난민문제에 앞장선 모습에 감명 받았습니다.
세계적인 실력만큼이나 어린이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가진 피아니스트 랑랑의 수상도 축하합니다. 랑랑의 음악은 진정 아름다운 평화의 메시지입니다. 두 분과 함께 이 상을 받게 되어 더욱 기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나는 먼저, 이 상을 지난 겨울 내내 추운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대한민국 국민들께 바치고 싶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 국민들은 지난 겨울 촛불혁명으로 세계 민주주의의 역사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었습니다.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방법으로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를 구하고,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켰습니다.
나는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입니다. 2차 세계대전 후 많은 신생국가들처럼 대한민국의 현대사도 시련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식민지에서 분단과 전쟁, 가난과 독재로 이어지는 고단한 역사를 이겨냈습니다. 마침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에 모두 성공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나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우리 국민들의 성취가, 내가 오늘 우리 국민을 대표해 세계시민상을 수상하게 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한국전쟁이 휴전되던 해에 태어났습니다. 대다수 국민이 절대빈곤에 시달렸고 민주주의는 요원한 꿈처럼 느껴졌던 시절입니다. 그 시절의 한국에 대해 외국의 어떤 칼럼리스트는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이뤄진다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세계가 한국 국민들의 역량을 확인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1960년 4.19 혁명으로 민주화운동의 깃발을 올린 한국 국민들은 그 후 장기간 지속된 군사독재에도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던졌고, 또 수많은 사람들이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성장에 자신을 헌신했습니다. 그렇게 한국의 국민들은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온 몸으로 감당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1980년 5월, 대한민국 남쪽의 도시 광주에서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전환점을 만든 시민항쟁이 일어났습니다. 많은 희생이 있었습니다. 가장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평범한 상식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습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려는 숭고한 실천이었습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용기와 결단은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절제력을 잃지 않는 성숙함으로도 빛났습니다. 시민들은 부상자들의 치료를 위해 줄을 서서 헌혈을 했고, 주먹밥을 만들어 너나없이 나누었습니다.
한국의 민주주의에서 이 시민항쟁이 갖는 의미는 각별합니다. 국민들은 희생자를 추모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은폐된 진실을 밝히고, 광주시민들의 용기와 결단을 민주주의 역사에 확고히 새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1987년 6월항쟁으로 또 한번 도약했습니다. 국민들 마음속에 뿌리내린 민주주의가 광장을 열었습니다. 그 광장에서 한국 국민들은 시대의 흐름을 독재에서 민주로 바꿔냈습니다.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을 권리를 되찾았고, 그 힘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민주주의 공간을 확장했습니다. 소수의 저항에서 다수의 참여로 도약한 한국 민주주의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힘이기도 했습니다.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독재의 벽을 무너뜨린 우리 국민은 경제에서도 기적 같은 힘을 발휘했습니다. 국가부도사태까지 갔던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세계 경제를 위기에 몰아넣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힘도 바로 그 광장의 국민들에게서 나왔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이제 한국의 민주주의는 국민주권의 완전한 실현을 위해 진전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촛불혁명을 통해, 헌법의 절차를 통해, 국민의 뜻을 배반한 대통령을 파면했습니다.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방법으로 국민의 뜻을 실현한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독재정권이 빼앗았던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을 권리도 스스로의 힘으로 되찾았고, 대통령이 잘못할 때 탄핵할 권리도 스스로의 힘으로 보여줬습니다. 의회와 사법부도 국민의 뜻을 법과 제도로 뒷받침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민주공화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명제를 전세계 시민들에게 보여주었고, 이를 통해 대통령이 된 나에게는 대통령도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말해 주었습니다. 나는 이 사실이 말할 수 없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자부심과 함께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촛불혁명은 여러 달에 걸쳐 1,70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의 시민행동이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건의 폭력도, 단 한 명의 체포자도 발생하지 않은, 완벽하게 평화롭고 문화적인 축제 집회로 진행되었습니다. 폭력이 아니라 평화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나는 평화의 힘을 전세계에 보여주고, 세계적인 민주주의의 위기에 희망을 제시한 대한민국의 촛불시민들이야말로 노벨평화상을 받아도 될 충분한 자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민주화운동을 했던 학생이었고, 노동·인권변호사였으며 촛불혁명에 함께했던 나는 촛불정신을 계승하라는 국민의 열망을 담고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나는 대통령으로서 수많은 국민들과 악수를 나눕니다. 국민들이 먼저 손을 내밀고 반가워할 때, 행복합니다. 동시에 마음이 아파오기도 합니다. 국민들이 제 손을 꼭 잡아 쥘 때 전해오는 것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라는 간절함입니다.
오늘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나는 다시 다짐합니다. 이제 새로운 대한민국은 경제 민주주의와 평화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나와 우리 국민은 ‘사람중심 경제’라는 새로운 경제 민주주의의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나는 세계가 고민하는 저성장·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도 세계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롭게 쓴 대한민국이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오늘 내가 받는 상에는 세계 평화를 위해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어내라는 세계인들의 격려와 응원도 담겨 있을 것입니다. 오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역사를 말씀드렸듯이 한반도 평화를 이루고 나서, 대한민국이 이룩한 평화의 역사를 말씀드릴 시간이 반드시 올 것이라 약속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께서도 대한민국이 걸어갈 경제민주주의와 평화의 길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십시오. 또, 함께해 주십시오. 오늘 여러분이 보내주신 환대와 우의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애틀랜틱 카운슬 재단의 발전과 오늘 참석하신 모든 분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진(청와대 제공): 19일 문재인 대통령, 세계 시민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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