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험개발원, 도넘은 '갑질'…인사청탁에 비정규직 떠넘기기

장슬기 기자

입력 2017-09-25 17:23   수정 2017-09-25 17:28



    보험개발원 '갑질 논란'

    협력업체에 인사 청탁까지

    <앵커>

    최근 '공관병 갑질'에 이어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갑질, 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의 과도한 갑질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국내 보험료 산출기관인 보험개발원도 하도급업체에 무리한 낙하산 인사를 강요하고, 비정규직까지 떠넘기려는 등 도넘은 갑질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장슬기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보험상품의 보험료 산출과 사고발생률 등 각종 통계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보험개발원.

    보험개발원이 자동차보험 대물보상 업무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 용역업체에 퇴직임원의 고용을 요구하고, 연봉 조건까지도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실제 보험개발원 산하 기관의 소장이었던 A씨는 퇴직 후 해당 용역업체의 고문으로 등재됐고, 이후에도 이 같은 요구는 계속됐습니다.

    [전화녹취] 보험개발원 전 임원

    "제 타이틀만 걸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좀 만들어주셨으면 하는 측면에서...급여는 200만원 미만이어도 가능합니다."

    개발원 측은 퇴직임원이 유관기관으로 새로 취업할 수 있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입장이지만, 해당 도급업체는 유관기관이라는 표현으로 퇴직임원의 채용을 당연시 여기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토로합니다.

    이 같은 '갑질 논란'은 이달 새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공고한 입찰제안서에서도 이어집니다.

    개발원은 최근 자동차보험 대물보상 도급업체를 변경하기 위해 입찰공고를 냈는데, 입찰 조건에는 상담직원 5명을 고용승계하는 내용과 함께, 급여 조건까지도 명시돼 있습니다.

    개발원 측은 이에 대해 업무 연속성을 고려한 '기존 도급업체 직원'의 고용 승계로, 그들의 고용보장 차원일 뿐 '비정규직 떠넘기기'는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실제 보험개발원 관계자와 기존 용역업체의 통화 내용을 보면, 개발원의 주장과는 다릅니다.

    [전화녹취] 보험개발원 관계자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비정규직 전환도 걸려있고, 우린 이걸 피해가려고 도급영역을 주는 거잖아요. 우리가 직접하는 건 부담스러워요. 못해요. 이렇게 도급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해당 업체는 개발원의 퇴직임원까지 떠안으면서 긴 시간동안 공동사업을 진행해왔지만, 채용부담을 떠넘기는 등 무리한 조건이 담긴 갑작스런 공개입찰로 결국 계약을 이어가지 못하고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토로합니다.

    이로 인해 그간 구축해온 시스템 관련 원천기술을 빼앗기게 된 것은 물론, 해당 업무에 투입됐던 모든 인력들도 한 순간에 거리에 나앉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인터뷰] 보험개발원 도급업체 관계자

    "22년동안 저희와 공동수익사업을 한다는 전제하에 저희가 갖고 있는 기술, 영업력 다 투자를 했는데, 그 아이템을 다 드렸거든요. 이제와서 하나의 용역사업으로 진행해온 것이고, 본인들이 모든 것을 다 했다… 항상 그쪽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보험개발원은 비용절감과 업무 효율성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업체를 변경하게 됐다고 주장하지만, 인사청탁과 비정규직 떠넘기기 등 '갑질 논란'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경제TV 장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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