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주택, 일조권 침해·설계 변경 ‘악순환’

이근형 기자

입력 2017-09-26 17:52  

    <앵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습니다.

    청년주택 때문에 볕이 들지 않는다는 주민들이나 주민 요구에 떠밀려 설계 변경을 반복해야 하는 사업자나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근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서울 창전1 재건축 아파트 주민들은 얼마 전 뜻밖의 소식을 접했습니다.

    아파트 단지에서 불과 20미터 떨어진 곳에 16층 높이의 역세권 청년주택이 지어져 최소 50여 세대가 일조권 피해를 입게 됐다는 겁니다.

    [인터뷰] 창전1 주택 재건축 관계자

    "일조권에 저층들이 심각하게 피해를 입는다는 거죠. 그건 결국 재산권에 해당이 되는 거기 때문에 이걸 지역이기주의나 님비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청년주택 사업자는 층수를 일부 낮추는 설계안을 다시 제출해 서울시 허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수정안 역시 주민들의 반발을 잠재우지 못하면서 사업주의 부담은 커져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청년주택 사업 관계자

    "원래도 임대주택이어서 수익성이 거의 없는데… 분양사업이 아니다보니까. 근데도 더 낮추라고 하니까 고민인 상황입니다. 이렇게까지 임대주택을 해야 되나.."

    환경영향평가법에서는 개발계획을 수립할 때 대상지역 주민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건축계획 수립기준에도 ‘일조와 경관 등 부작용에 대한 저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사업추진에 앞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지 않았고, 주민들이 들고 일어선 뒤에야 사업주에게 설계안을 보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예상되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전 정지작업을 하지 않아 화를 키운 겁니다.

    전문가들은 일조권 침해와 주민 반발, 설계 변경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처음 설계단계에서부터 건축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해 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그런 갈등을 조율하는 사람이 건축가거든요. 건축가가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양쪽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아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제가 볼 때는.."

    도시재생이 화두로 떠오른 요즘, 개발 과정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불협화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한국경제TV 이근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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