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스타트업, 한국 떠나는 이유는

신인규 기자

입력 2017-09-27 17:33  

    바이오산업 청사진, 규제개혁에 성패 달렸다


    미국에서는 유전자 분석으로 하나의 희귀질환을 진단하는 데 현재 약 2,000달러를 내야 합니다.

    한국의 스타트업인 '쓰리빌리언'은 같은 비용의 유전자 검사 한 번만으로도 4,800종의 희귀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글로벌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1776이 실시하는 '1776 챌린지컵'의 한국지역 우승자로 기술을 인정받은 이 스타트업은, 그러나 한국에서는 사업을 할 수가 없습니다.

    국내에서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에 따라 체질량지수, 카페인 대사, 혈압 등 법적으로 명시된 12개 항목 외에는 유전자 검사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유전자 연구가 발전을 거듭한 현재, 연구 초기인 2000년대에 만들어진 규제가 아직까지 살아남아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금창원 쓰리빌리언 대표

    "포지티브 규제라고 하죠. 그래서 하라고 정해져 있는 유전자 검사를 제외하면 시장에 제품 자체를 출시할 수가 없습니다. 반대로 미국은 네거티브 규제라고 해서 하지말라고 하는 것을 제외하고 모든 제품이 시장에 나갈 수가 있습니다. 이게 굉장히 큰 차이가 있는데..."

    결국 쓰리빌리언은 우리나라를 떠나 미국에서부터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전세계적인 유망 산업으로 떠오른 바이오 분야에서 해외 기업들이 앞서나가기 위한 경쟁을 펼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 기업들은 한국에서는 출발조차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인터뷰> 김무웅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박사

    "상황이 비슷한 일본같은 경우에도 2015년에 질환에 대한 규정 요건을 삭제했거든요. 일본에서도 질병에 대해 요건을 없앴다는 부분에 대해서, 우리나라의 규제 현황을 볼 때 시사점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가 내놓은 바이오경제 육성 청사진의 성패는, 결국 규제를 어떻게 개혁할 것이냐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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