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녀 살해·시신은닉 40대 남성 국민참여재판서 징역 20년

입력 2017-09-27 19:04  


내연 관계인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야산에 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이동욱 부장판사)는 26일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기소된 손모(43)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내연 관계를 맺은 연인이자 같은 교회에 다닌 교인인 피해자가 애정 문제로 집착하자 사실혼 관계나 교회 생활 등 평온한 일상을 보호하기 위해 살해하고,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은닉한 것으로 죄질이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참회하기는커녕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1년 3개월간 은닉 장소를 사실대로 진술하지 않아 발견 시점을 지연시켜 유족이 오랜 기간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수사기관이 사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게 했다"고 질타했다.
손씨는 2015년 9월 내연 관계인 A(44·여)씨와 함께 경기 가평·양평 일대를 여행하다 말다툼 끝에 살해하고 시신을 포천의 한 야산으로 옮겨 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손씨는 다른 여성과 동거 중이었지만 A씨와의 만남을 4∼5개월 넘게 지속했다. 사건 한 달 전에는 A씨에게 600만원을 빌리고 이를 24회에 걸쳐 갚겠다는 내용의 공정증서도 작성했다.
유족 측 신고로 수사에 나선 경찰은 통화 내역, 당일 렌트 차량의 동선을 추적한 끝에 1년 3개월이 흐른 지난해 12월 백골이 된 A씨의 시신을 찾아냈다.
정확한 사인이나 살인 방법을 규명하기 어려운 탓에 재판에선 살인죄 성립 여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이 맞섰다.
검찰은 손씨가 동거녀에게 내연 관계가 들통나고 교회 지인들에게 이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사건 이후 손씨가 스마트폰으로 `사체 부패 시간`, `증거 없는 재판` 등을 검색했으며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살인 혐의를 받게 된 남성을 다룬 한 영화를 알아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손씨 측은 시신을 숨긴 사실은 인정했지만, 살인 혐의는 부인했다. 술을 마신 손씨가 잠시 차에서 잠들었다가 일어나보니 조수석에 번개탄 2개가 피워져 있었고 A씨가 숨져 있었다는 것이다.

손씨의 변호인은 A씨가 평소 `나만 사랑해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고 말한 점, 내연 관계를 주변에 알리겠다고 한 점 등을 들어 A씨가 동반자살을 시도하다 혼자 숨졌고 손씨는 시신만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26일 자정까지 이어진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손씨의 살인, 사체은닉 혐의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냈다. 평의에서 배심원 중 6명이 징역 20년, 나머지 3명은 징역 25년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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