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국제영화제 리뷰] ”베이징 9만명 행사보다 이 영화제가 더 중요했다.”

입력 2017-10-08 02:13   수정 2017-10-08 02:35


한중국제영화제가 열린 지난 9월 16일(토) 밤, 중국 베이징에서는 9만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가 열렸다. 티비텐플러스(TV10 plus) 후속취재 결과 이 행사는 ‘2017 아시아 영향력 축제(2017 亞洲影響力盛典)’로 밝혀졌다. 우연치고는 절묘하게 행사장소도 똑같이 올림픽체육관였다. 서울 한양대 올림픽체육관과 베이징 올림픽체육관에서 비슷한 시상 행사가 같은 날, 비슷한 시간에 열린 것이다.

이런 사실은 영화제 당일 오전에 진행된 티비텐플러스(TV10 plus)와 롱위시앙(龍宇翔) 중국측 조직위원장과의 인터뷰에서 관련 내용이 언급되면서 알려졌다.

Q. 심사위원장인 한국 강제규 감독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중국 펑샤오강(馮小剛)감독 칭찬을 아주 많이 했습니다. 강 감독이 펑 감독을 사석에서 만났을 때 "아니, 형님은 도대체 안 되는 게 뭐요. 영화면 영화, 그림이면 그림, 음악이면 음악",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펑 감독 부탁으로 한국 영화 스태프를 소개시켜 주었는데 그 인연을 계속 이어서 지금까지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강 감독이 펑 감독의 그런 모습을 보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런 두 분 감독님의 모습은 앞으로 한중 영화계 협력의 좋은 롤모델 내지 상징처럼 다가옵니다. 혹시 펑 감독과도 아는 사이신지요?

A. 펑 감독은 중국 마카오국제영화제 때 수석 심사위원장였습니다. 우리 센터(중국국제문화전파중심)에도 감독이나 배우들이 많습니다. 펑샤오강(馮小剛), 장궈리(張國立)등 많습니다. 장궈리(張國立), 이 분이 센터에서 영화제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에 중국 베이징 올림픽 공원에서 아시아시상식이 있습니다. 거기 9만 명이 참석하거든요. 저도 오늘 저녁에 그쪽에 가야 하는데, 한중국제영화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쪽으로 온 것입니다. 사실은 저녁에 중국의 대세 배우, <전랑(戰狼)2>를 만든 우징(吳京)을 시상하려고 했습니다. 원래 같이 오려고 했던 장궈리(張國立)는 이번 베이징 행사 위원장을 맡고 있어서 오늘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 한 것입니다. 그는 “한중국제영화제도 많이 기대하고 있고, 좋은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내년에 중국에서 한다면 장궈리(張國立) 역시 꼭 참석할 것입니다. 이번에는 시간 관계상 두 행사가 겹쳐서 못 왔습니다.

Q. 롱 위원장께서 이번 영화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느낄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됩니다.

A. 저는 한중 관계를 정말 중시합니다. 앞으로도 영화를 통해서 한중 양국 국민에게 행복을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티비텐플러스도 여러 미디어들과 함께 이 사회에 좋은 에너지를 전하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는 중국에도 오셔서 인터뷰 해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시진핑 주석께서 ‘인심선통(人心先通)’이라고 늘 말씀하시듯이 스마트폰이 발달했더라도, 사람이 서로 만나서 이야기할 때 더 잘 소통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유학생이 중국에 더 많이 와서 공부했으면 좋겠습니다. 젊은이들부터 양국을 서로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펑샤오강(馮小剛)감독은 이번 영화제에서 중국영화공헌상을 수상했다. 강제규 심사위원장이 펑 감독을 추천한 이유는 그의 공적을 높이 평가한 면도 있지만 미래 한중 영화계 협력을 위한 포석으로도 보인다. 펑 감독은 중국 최고 엔터테인먼트 문화그룹 화이브라더스(華誼兄弟傳媒集團)를 키워낸 왕중쥔(王中軍), 왕중레이(王中磊) 형제와 각별한 사이이기 때문이다. 펑 감독은 1999년에 〈끝나지 않았어요(沒完沒了)〉라는 작품을 성공시켜서 화이브라더스의 주춧돌을 놓았다.

롱 위원장과 역할을 분담한 장궈리(張國立)는 포춘선정 중국100대 인물에 들 정도로 유명인사다. 전국정치협상회의 위원이자 국가일급배우, 감독, 프로듀서, 사회자다. 주로 중국 사극에서 청나라 강희제등 황제역을 맡는 배우로 세계에 알려졌다. 그가 주연한 <강희미복사방기(康熙微服私訪記)>는 국내 중드 매니아들이 자주 손에 꼽는 작품이다.

우징(吳京)은 <전랑(戰狼)2> 시나리오를 직접 썼고, 주연과 감독을 겸했다. 제작비 2억위안(한화 345억원)으로 8.7억 달러(한화 9,745억원)를 벌어들여 중국 박스오피스를 갈아치웠다. 이 작품은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중국의 람보’다. 미국 레이건 행정부 시절 `람보`처럼 ‘중국의 근육’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언론은 하루도 빼지 않고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영화 한 편으로 과연 1조원을 벌어들일 수 있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우징(吳京)은 베이징체육대학 출신 정통 무예가로 지난 6월 22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성룡 액션영화 주간의 밤(成龍動作電影周之夜)’ 행사에서 최우수 액션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 때 시상자가 펑샤오강(馮小剛)감독과 장궈리(張國立)감독였다.

2017 아시아 영향력 축제(2017 亞洲影響力盛典) 시상식은 한 마디로 중국의 문화굴기(文化屈起)를 선언한 행사다. 시나엔터테인먼트(新浪娛樂)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문화로 사람들과 어울리고, 문화로 마음을 통하고, 문화로 신뢰를 쌓아(以文化人、以文促情、以文建信) 중국의 문화 소프트파워를 강화시키고, 사회주의 문화강국을 건설하며, 중국의 꿈(中國夢)을 구현하는데 중요한 현실적 의의와 시대적 가치를 펼치는 장’였다. <전랑(戰狼)2>를 만든 우징(吳京)은 이 날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다. 상업영화적으로도 성공했고, 자신만의 독특한 무술 스타일을 일궈냈으며, ‘매우 자신감있는 태도로 중국의 목소리를 냈기 때문(“以高度自信的姿態傳遞“中國聲音”)’이다. 중국 현업자들 사이에는 우징(吳京)이 한국의 밀리터리 충성 로맨스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53620 target=_blank>태양의 후예>로 부터 영향을 받았으리라는 시각도 있다.

이런 중국 문화계와 영화인들의 움직임은 중국의 사회발전 단계와 특수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백안시하고 일방적으로 재단할 문제는 아닐 듯 싶다. 다만 이런 장면은 한번 생각해 보자.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는 장르 구분 없이 성조기가 자주 등장한다. 애국심을 자극하는 ‘국뽕 영화`뿐 아니라 로맨틱 코미디에도 나온다. <전랑(戰狼)2>에는 오성홍기가 등장했다고 한다. 국기는 명백한 국가 공동체의 집단표상이다. 순수 예술지상주의건, 참여적 소셜 리얼리즘이건, 뚜렷한 상업주의건 간에 이미 영화는 철학과 사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벗을 사귀고 손님을 초대하려면 집안부터 가지런히 정돈해야 하지 않을까. 블랙리스트와 편가르기를 넘어 개인주의적 ‘한올 한올’과 공동체적 ‘한울타리’가 영화적 다양성과 현실적 가치로 두루 추구되는 제2회 한중국제영화제를 기대해 본다. 새삼 불특정 다수 국가가 참여하는 국제영화제보다 양국간에만 진행되는 국제영화제가 훨씬 조심스럽고 고려할 점이 많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롱 위원장이 9만명의 베이징 시민을 뒤로 하고, 서울행 비행기를 탄 그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사진=티비텐플러스, 바이두, ImDB, 유튜브)



한국경제TV  방송제작부  한순상  국장

 ssha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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