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축구대표팀 권경원이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사진=대한축구협회) |
신태용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7일 오후 11시 모스크바에 있는 아레나 CSKA에서 벌어진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 2-4로 완패하며 수비 조합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주장 완장을 차고 뛴 장현수가 쓰리 백의 한 축으로 움직이다가 빌드 업의 중심 역할을 맡는 리베로로 올라온 것은 전반전에 러시아 대표팀을 충분히 당황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축구는 상대 팀의 플레이를 위축시키는 것만으로는 결과를 얻어낼 수 없는 스포츠다. 기본적으로 수비면에서 안정을 찾지 못하면 앞에서 아무리 현란한 공격 전술을 구사해도 밑 빠진 독이나 다름없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실제로 신태용호는 전반전 끝나기 직전까지는 그나마 잘 버텼다. 스몰로프의 코너킥 세트 피스 헤더 선취골(44분)을 얻어맞기 전까지는 0-0 점수판을 쳐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비 조직력은 그 이전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었다. 권경원과 김주영이 아찔하게 겹치면서 공을 놓치는 바람에 코코린에게 결정적인 왼발 슛 기회를 내줬고, 골키퍼 김승규와 권경원이 골킥을 안이하게 처리하다가 공을 빼앗겨 역시 코코린의 오른발 돌려차기를 가슴 졸이며 지켜보아야 했다.
이 두 장면만 놓고 봐도 신태용호의 `변형 쓰리 백 시스템` 자체보다는 그 장점 중 하나인 수비 안정화를 위해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를 기본적으로 망각했다는 점에서 심각함이 드러난다. 쓰리 백 시스템의 핵심은 기본적인 수비수 세 명과 양쪽 윙백의 효율적인 수비 역할 나누기인데 이 역할을 제대로 보여준 선수는 오른쪽 윙백으로 뛴 이청용 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현수는 애초부터 수비 역할보다는 포어 리베로로서의 막중한 임무를 띠고 나왔고, 왼쪽 윙백으로 뛴 김영권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했다. 러시아의 핵심 공격수 코코린과 스몰로프를 실제로 수비하는 역할은 권경원과 김주영이 맡은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공간 배분이나 역할 분담이 모호한 장면이 너무 많이 드러났다. 그러다보니 후반전에 김주영의 자책골이 두 개나 들어간 것이다. 코너킥 세트 피스 수비 역할도 그라운드 안에서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분담해야 하지만 요주의 인물을 자주 놓쳤고 수비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몸 중심 방향도 우리 골문을 향하고 있는 순간이 많았다.
10일 스위스에서 벌어지는 모로코와의 두 번째 평가전에서도 신태용 감독의 변형 쓰리 백 전술은 비슷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장현수의 역할이 꽤 쓸만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윙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러시아와의 첫 번째 평가전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왼쪽 윙백으로 김영권 대신 그 자리에서 수비 경험이 많은 임창우를 기용할 계획이기 때문에 다른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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