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시선] 넛지 투자

입력 2017-10-1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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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넛지 투자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투자자 여러분 잘 알려진 것처럼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넛지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미국의 행동 경제학자죠, 리처드 세일러 교수에게 돌아갔습니다.

    이 넛지란 말 사전적 의미는 팔꿈치로 옆구리를 쿡 누른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정부나 기업이 어떤 정책을 할 때 비교적 부드러운 줘도 의외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건데요, 대표적인 실험이 왜 남성분들 화장실 소변기에 파리 스티커만 붙여놔도 다른 데로 튀는 소변량을 80% 가까이 줄어들게 한다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이 리처드 세일러 교수가 운용하는 펀드의 수익률도 매우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더군요. 세일러 교수가 운용하는 풀러 &세일러 비헤이비어럴 밸류 펀드의 경우 2009년 3월 이후 현재까지 무려 512%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기간 S&P지수는 절반 정도인 277% 오르는 데 그쳐서 시장 수익률을 두 배 가까이 능가하는 대단한 수익률을 장기간에 걸쳐 보여 주고 있는 겁니다.

    글쎄요? 이 펀드의 운용에 세일러 교수가 과연 어느 정도 간여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의 전공인 행동 경제학을 접목시키고 있는 건 분명한데 예를 들어 회사의 CFO가 자사 주식의 보유를 늘린다면 이는 매우 중요한 상승 신호로 봐도 된다는 겁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분의 주장에 굉장히 공감합니다. 현업에 있던 시절 투자를 위한 기업 탐방을 가면 가급적 CEO나 오너를 안 만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분들의 전망은 대부분 틀리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너 경영자의 경우는 회사의 계획과 전망을 하면서 스스로의 희망을 얘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부러 거짓말을 한 건 아니지만 객관적인 전망과 사업의 주체가 갖는 희망과 계획은 엄연히 다른 것이니까요.

    흡사 우리 정부가 내는 성장률 전망은 항상 경제연구소나 한국은행의 그것보다 높게 나오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할까요? 사업 주체로서의 계획과 바람이 섞여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경험 많은 고수들은 오히려 오너들을 안 만납니다. 투자 판단을 다 해놓고 마지막으로 오너가 그럴 만한 사람인가 아니면 문제가 있는 사람인가를 검증하는 절차를 갖는 게 보통입니다.

    또 한가지 회사 관계자들을 만나서 사업 전망이나 실적 예측치를 듣다 보면 무조건 된다 라고 거품을 무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이것 역시도 신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글쎄요, 이번 프로젝트가 여러 가지 어려운 면은 많은 데 성공하면 회사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 같긴 합니다…. 뭐 이런 정도의 그저 툭 던지는 말 이른바 넛지스러운 코멘트가 의외로 대박의 시그날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사회도 투자의 세계도 너무 강한 슬로건과 태도로 일관하다가 성과도 못 내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어던 정책을 하면서 배수의 진을 친다고 하든지 아니면 이런 건 뿌리를 뽑겠다는 표현을 더러 쓰는 데 이렇게 하다 보면 단기간의 각성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일이 꼬이면 정작 국민들은 정부를 불신하게 되고 다른 처방전을 내놔도 약발이 잘 안 먹히는 부직용을 초래하기 쉽죠.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인 만의 스타일을 지키고 또 투자의 원칙을 지키는 것까지는 좋은데 너무 본인만의 세계의 빠져서 세상의 흐름을 읽어내지 못하면 애초에 가졌던 에너지가 고갈되면서 지치고 힘들어서 결국 그 투자를 포기하게 되고 한동안 슬럼프에 빠지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아마 작년 하반기부터 저희 증시 라인을 통해서 그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실적이 개선되는 IT 핵심 주에 대한 투자, 글로 별 경기 회복에 대한 수혜를 입는 주식들 가져가야 한다고 수도 없이 말씀을 전했지만 결국 자기만의 세계를 지키다가 지금 그 인내력의 한계를 경험하는 분들 많이 계시지 않습니까

    원칙을 지키는 것과 시장의 흐름을 잃고 대응하는 유연함을 갖추는 것이 결코 양립 될 수 없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만 엄연한 사실입니다.

    주위에 큰돈을 번 분들을 가만히 관찰해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주 사소해 보이는 정보나 현상에 대해서 착안점을 찾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듣습니다. 그리고 행동합니다. 유연합니다.

    세일러 교수가 이런 말을 합니다. 투자자들의 가장 큰 실수는 자신이 실제 갖고 있는 능력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라는 겁니다. 너무 자신을 과신하지 말고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을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본인이 가지고 있는 투자의 원칙이나 철학을 훼손하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요즘 장기 소외되어 있는 내수주, 중·소형주 갖고 계신 분들의 고통이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제 조금만 참자라고 한 게 벌써 해를 넘기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힘든 과제입니다.

    세일러 교수 스스로는 본인보다 유능한 펀드매니저가 훨씬 더 잘할 것이라고 판단하기에 개별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행동경제학자다운 투자입니다. 그래서 한번 생각해 봅니다. 뭔가가 단단히 꼬여있다면 지금 시장의 흐름을 잘 따라가고 있는 전문가에게 자산의 일부를 한번 맡겨보는 시도는 어떨까를 말입니다. 부담 없이 옆구리 한번 쿡 찔러보는 식으로 말입니다.

    의외의 넛지효과를 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한국경제TV  제작1부  박두나  PD

     rockmind@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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