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아빠' 기부금으로 호화생활 의혹…"기부문화 위축 우려"

입력 2017-10-12 20:52  


딸 친구 살해 혐의를 시인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가 기부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모금단체들은 기부금 모금액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씨는 자신과 딸이 희귀병인 `거대백악종`을 앓고 있지만, 수술을 받을 돈이 없다고 호소해 많은 돈을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급 외제차를 여러 대 모는 등 호화생활을 한 것이 드러났다.
이씨는 10여년 전부터 방송 등을 통해 `어금니아빠`로 알려진 이후 사정을 안타깝게 여긴 시민들로부터 많은 기부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특별한 직업이 없는데도 고급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등 호화 생활을 해온 것이 드러나 기부금 유용 의혹이 일고 있다.
이씨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중랑구에서 월 160만∼170만원을 지원받지만, 수급액만 가지고 호화 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1천만원 이상 기부를 받으면 지방자치단체 등에 신고해야 하지만 최근 5년간 이씨는 기부금 모금을 신고한 적은 없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다만 시는 이씨의 금융정보를 조회할 권한이 없어 실제로 이씨가 기부금품법을 위반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기부금품법상 등록 대상 자체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기부금품법은 사회 단체가 자선이나 문화사업 등 공익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1년 내 1천만원 이상을 모금할 경우 지자체 등에 해당 사업을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씨가 수술비를 도와달라고 호소한 것을 공익 목적의 기부금품 모집행위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기부금품법 소관부처인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어금니 아빠` 사건이 기부금품법의 위반대상이 되는지는 좀 더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그는 "본인이 돈을 달라고 해서 쓰는 것을 기부금품법상 기부금품 모집행위로 보기는 어렵다. 등록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후원금을 달라고 한 사람, 낸 사람 간 개별적인 관계를 봐야할 거 같다"고 덧붙였다.
기부금품법은 지자체 등에 등록을 하지 않거나, 속임수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을 해 기부금품을 모집한 사람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모금단체들은 이영학씨의 사례가 기부문화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걱정하고 있다. 기부자들이 `내가 낸 기부금이 과연 제대로 쓰일까`를 의심하고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이라고 우려할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두 달 전 한 모금단체가 100억원이 넘는 돈을 모금액을 외제차 구입이나 요트 파티비용으로 쓰는 등 대부분 사적으로 유용한 것이 드러나면서 기부금이 줄어든 상황에서 설상가상(雪上加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희정 `한국NPO(비영리단체)공동회의` 사무처장은 "모금단체의 기부금 유용 사건 이후 신규 기부자가 절반으로 줄어서 타격이 있었다"며 "`어금니 아빠` 사건으로 기부하려는 사람들이 불신을 갖게 되지 않을까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어금니아빠` 사건 이후 기부자들의 움직임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소중한 기부 행위에 대해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사건이 잇달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구호기구 굿네이버스 관계자도 `어금니아빠` 사건 등 때문에 기부 문화가 위축되는 게 아니냐 하는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기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Peto******는 "(어금니아빠) 다큐멘터리를 보고 측은해서 기부할까 하다가 뭔가 이상해서 기부 안 하길 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디 Not_********는 "이런 사람이 하나 뿐일까?"라며 "기부는 좋지만 선의를 이렇게 농락당하게 놔둬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어금니아빠처럼 개인의 모금활동이 언론에까지 보도가 됐다면 행정안전부나 지자체가 이를 모니터링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조시형  기자

 jsh1990@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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