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무사히 끝낼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쁜 마음이에요. 작품을 잘 봐준 시청자들에게도 감사해요. 시원섭섭하지만 만족감이 커요.”
배우 박은빈이 ‘청춘시대2’를 통해 연기력을 입증했다.
박은빈은 지난 7일 종영된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2’에서 송지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청춘시대’는 셰어하우스 벨에포크에 사는 다섯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박은빈을 비롯, 한예리, 한승연은 지난 시즌에 이어 시즌2에도 출연하며 극 중심을 꽉 잡아줬다.
“연출진과 3개월 동안 호흡을 맞춰 봤기에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는 없었어요. 새로 들어온 배우들이 가질 부담감을 최소화 해주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었죠. 다섯 명의 여자가 주인공이잖아요. 촬영하면서 즐거웠어요. 앞으로도 이런 드라마가 많았으면 해요.”
박은빈이 맡은 송지원은 조은(최아라 분)이 벨에포크에 오게 된 이유인 분홍색 편지의 주인공으로 강렬한 메시지를 안겼다. 송지원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기 일쑤. 시즌1에서는 송지원이 왜 거짓말을 하는지, 그 이유를 제대로 그려내지 못했다.
“시즌1에서 지원이 이야기가 안 풀렸다고 해서 만족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지원이는 숨기는 인물이라 호기심이 증폭 됐죠. 시즌2에서 작가님이 지원이에 대해 푼다고 하셔서 기뻤어요.”
시즌1이 16부작이 아닌 12부작으로 기획이 되는 바람에 송지원의 이야기를 다 다루지 못했다. 이에 박연선 작가는 시즌1 종영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시즌2를 한다면 송지원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래서 시즌2는 송지원이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을 비중 있게 다뤘다.
“작가님과 따로 이야기를 해본적은 없었어요. 그냥 대본으로 소통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작가님이 나를 믿어 주시는 구나’라는 느꼈을 받았어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완전히 공감이 가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지원이 같은 캐릭터는 제가 많이 노력해야 공감이 가요.”
마지막회에서 박은빈은 동공까지 흔들리는 섬세한 연기로 극을 이끌며 시선을 모았다. 송지원은 어린 시절 미술 선생님 한관영(여무영 분)이 문효진(최유화 분)을 성추행 했던 일을 사은회에서 밝혔다. 하지만 되려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고, 지원은 재판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기로 마음먹는 모습이 그려졌다. 또 다른 피해자를 만나게 된 지원은 그동안의 마음고생에 펑펑 울고 말았다.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피해자를 향한 안타까움이 뒤섞인 복잡한 지원의 내면을 박은빈은 미세한 떨림들과 눈물 연기로 온전히 해냈다.
“지원을 시즌1 때 해왔던 데로 코믹스럽게 소화하는 것이 임무였다면, 사과 따러 가는 장면에서의 감정선 부터는 스스로 간극이 생기면 안 되게 하는 것이 나의 임무였어요. 지원이가 스스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었기에 감정선을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열린 결말과 에필로그로 인해 시청자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8년 후 송지원이 죽는다는 내용을 담아놓고는 더 이상 어떤 언급도 없다보니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 게다가 임성민(손승원 분)과의 러브라인은 발전이 없다.
“시청자들이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저 또한 비슷하게 느꼈어요. 지원이라면 인생이 비극이지는 않을 것 같아요. 많이 마음 상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에필로그는 에필로그일 뿐이죠. 지원은 어딘가에서 잘 먹고, 잘 살 거예요. 효진이 사건을 겪은 이후로 효진이 몫까지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지원이 이번 시즌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임성민은 늘 의지가 될 수 있는 남사친이었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원 인생에 임성민 같은 좋은 남자는 만나기 힘들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런 점에서 미묘한 기류들이 보이지 않게 보일 듯 말듯 아리송했으면 좋겠다는 게 제 마음이었어요.”
아역으로 데뷔 해 단아하고 청순한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아 온 박은빈은 어떠한 망가짐도 두려움 없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벨에포크 하우스메이트들의 분위기메이커로 적재적소에 농담과 성대모사, 춤 등 음주가무와 음담패설로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유연해진 부분이 있어서 거부감이 있지는 않았어요. 지원이 덕분에 연기도 늘고, 술을 조금 늘었어요. 친구들이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해줘’라고 연락이 오기도 했어요. 대사를 입에 담을 때 스스로 창피해 하지 않으려고 했죠.”
‘청춘시대2’가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지는 건 시즌1과는 또 다른 박은빈의 재발견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박은빈이 완성한 송지원은 능글거리면서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이 크다. 함께 있으면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로 재미도 있다. 박은빈은 이런 송지원을 탄탄한 연기력으로 맛깔스럽게 표현해내 시청자들의 극찬을 얻었다. 완벽한 인생 캐릭터라는 평가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서 박은빈은 비글미는 물론이고 섬세한 감정 연기까지 제대로 소화해내며 진폭 넓은 배우로 성장했음을 깨닫게 했다. 대사 한 마디를 하더라도 캐릭터로서 살아 숨 쉬는 박은빈이 있어 행복했던,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보고 싶은 ‘청춘시대’다.
“저에 대한 과제가 생긴 것 같아요. 지원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은 많이 떠 올리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다른 인생캐릭터를 만나는 것이 저의 숙제고, 노력을 기울여야 해요. 저한테는 요즘의 지원이 캐릭터가 인생캐릭터예요. 시즌3는 제작진이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앞으로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가능성을 열어두지만 모르겠어요. 시즌2가 나올 수 있었던 것도 기적이었어요.”
박은빈은 ‘청춘시대2’를 통해 그동안 아역부터 활동해 온 연기 내공을 보여주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박은빈의 앞으로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앞으로 맡을 역할이 많을 것 같아요. 어떤 장르가 됐던 자기중심이 있는 캐릭터를 맡는 게 도움이 될 것 같고, 외강내유 연기를 했을 때 느껴지는 희열이 있더라고요. 여러 방면으로 하고 싶어요. 항상 ‘하고 싶은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해요. 어느 정도의 도전과 위험은 감수해야죠.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기를 바랄 뿐 이에요.”
(사진제공 = 나무엑터스)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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