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면세점 공멸…'정책 리스크'가 부른 참사

입력 2017-10-2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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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영세한 전국 중소·중견면세점 중에서는 버티다 못해 폐업하는 면세점이 나오는가 하면, 대기업 면세점도 어려움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집니다. 한마디로 면세점이 영업위기에 놓였는데요. 산업부 신선미 기자 나와 있습니다. 과거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평가받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이유가 뭡니까?

    <기자>

    면세점 사업자들이 적자에 시달리는 근본적 이유는 정부의 정책 실패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정부는 중국 관광객만 믿고 공급과잉 우려에도 시내면세점 특허를 계속 늘렸습니다. 공항면세점 입찰도 이어갔고요.

    기업들에도 분명 책임은 있습니다. 면세점 사업에는 관세와 관련된 노하우, 규모의 경제, 브랜드 협상력 등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런 능력에 대한 평가 없이 장밋빛 전망만 믿고 무리하게 뛰어들었던 겁니다.

    진흙탕 싸움이 시작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데요. 면세 특허권이 5년 한시권이 되면서 다른 기업에 공항면세점 사업권을 넘기지 않으려고 과도한 입찰가격을 써냈습니다.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업체가 특허를 따 갈까봐 경쟁적으로 참여한 건데요. 결과는 모두가 손해를 보는 게임이 됐다는 겁니다.

    <앵커>

    좀 더 자세히 얘기해보죠. 그렇다면 정부의 정책 실패이유는 뭔가요?

    면세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던데요. 면세업은 어떤 구조로 이뤄지나요?

    <기자>

    면세점은 중소·중견기업이 끌어가기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우선 운영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면세점은 매장만 임대해주고 임대수수료를 받는 백화점과 달리 직매입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직접 매입해야하기 때문에 우선 많은 자금이 필요합니다. 또한 재고보관과 처리 등에 드는 부담도 고스란히 사업자가 떠맡아야 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면세점의 꽃’이라 불리는 해외 명품 브랜드를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이 유치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면세점 입점에 앞서 매출 보장을 요구하거나 중요한 자리에 우선 입점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거는 경우가 많습니다. 면세점 출혈경쟁으로 이들의 콧대는 더 높아졌고요. 설령 중소면세점이 명품 브랜드를 확보해도 수입물량이 대형 면세점보다 적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즉 고객을 끌어들일 ‘무기’도 없이 중소 면세점을 육성한다며 특허권을 남발한 것 자체가 현실에 맞지 않는 대책이었던 셈입니다. 형평성이란 명목 하에 중소 중견기업의 면세점 특허수는 2012년 3개에서 현재 34개로 10배 이상 급증했고, 서울 시내면세점도 2015년 6개에서 현재 13개로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정해진 파이에서 경쟁만 치열해졌고, 이길 수 없는 게임은 지속된 겁니다.

    <앵커>

    사드 보복은 쉽게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는데요. 흔들리는 면세 산업을 살릴 대안은 있는 건가요?

    <기자>

    이를 해결할 방법이 뭘까를 두고 많이 고민해봤는데요. 당장 해답은 없다는 겁니다. 면세점 매출의 70%까지 차지했던 중국관광객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이를 대체해줄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비정상적이었던 정책을 현실화한다면 개선 가능성은 있습니다. 우선 업계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는 현행 5년인 특허기간을 10년으로 다시 연장하는 것과 20배로 높아진 특허 수수료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공항 임대료는 매출의 일정 비율로 납부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합니다.

    현재 롯데면세점이 공항 임대료를 인하를 요구하며 철수 가능성까지 언급한 바 있는데요. 여기서 문제는 공항면세점 임대료를 입찰가격대로 받는 시스템입니다. 다른 유통업체와 달리 실적과 상관없이 고정적으로 임대료를 받는 구조인데요.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지난 2분기 14년만에 298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계약했던 대로 1조원 이상을 임대료로 지불해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과거 메르스 사태나 최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도 기업들이 모든 부담을 지게돼 있는 구조인 겁니다.

    이는 롯데면세점 뿐만이 아닙니다. 중소 중견기업은 이미 견디다 못해 폐업하고 있고, 대기업 면세점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업계는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지만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상업시설 임대수익만 1135억 원을 거둬들였습니다.

    문제는 정부가 근본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단 것입니다. 업계는 줄곧 개선점을 정부에 전달해왔는데요. 이번 개선안에도 정작 중요한 알맹이는 빠진 채 면세점 심사 투명성 강화 방안만 내놓았습니다.

    면세점 정책 제도 정비는 2019년에나 하겠다는 겁니다.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아무런 내용도 없다보니 업계는 당황스럽단 입장입니다. 대책 없는 정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인데요. 정부가 하루빨리 심각성을 깨닫고 유커와 장및빗 전망에 기초한 면세점 정책을 재정비해야겠습니다.

    <앵커> 신선미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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