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시선] 합리적 추론

입력 2017-10-24 14:06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합리적 추론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투자자 여러분 시간이 참 빨리 가죠? 올해도 얼추 두 달 정도 남겨 두고 있는데요, 돌이켜 보면 우리 시장을 비롯한 전 세계 주식시장이 적어도 올해만큼은 즐거웠던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극심한 양극화라는 것만 제외하면 말입니다.
남아 있는 두 달 동안에 주식을 비롯한 자산 시장에 영향을 줄 변수가 뭐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금리인 것 같습니다. 우리 한국은행도 지난주 금통위에서 전에 없이 금리 인상에 대한 가능성을 한껏 높여놨지만 사실 더 근본적인 환경의 변화는 역시 미 연준의 스탠스가 어떻게 바뀔 것이냐 일 겁니다.
일단 12월 금리 인상이야 시장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치고 그보다 더욱 관심거리는 비둘기 중의 비둘기파인 친절한 옐런 씨의 퇴장을 앞두고 과연 어떤 사람이 세계의 경제 대통령이라는 FRB 의장에 오를 것이냐 일 겁니다.
임명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3개국 순방을 떠나기 직전이 다음 달 초까지는 새로운 사람을 지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지금까지는 대충 세 사람으로 후보군이 추려지고 있습니다. 만약 예상대로 11월 초에 지명을 한다면 시간 관계상 세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이 세 사람은 먼저 제롬 파월 연준 이사,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학 교수 그리고 나머지한 명이 현직 의장인 자넷 옐런입니다.
월가의 분석가들은 대체로 제롬 파월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얘기하고 있고 그다음이 존 테일러 교수 아마도 자넷 옐런 의장이 그다음의 가능성 정도로 보는 것 같습니다만 백악관의 반응은 파월이 유력하다는 설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상 미리 알려지는 걸 극도로 싫어하고 또 어쩌면 그런 것 때문에 시장의 예측대로 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겁니다.
자 그럼 이 세 사람이 물망에 오르는 이유를 볼까요? 먼저 제롬 파월 이사는 므뉴신 재무부 장관이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연준 이사이기에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고 지금까지의 발언을 볼 때 자넷 옐런만큼은 아니지만 비교적 비둘기파적인 통화정책으로 트럼프의 성장정책을 뒷받침할 거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얼마 전에 그만둔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에 비견할 만한 사람이랄까요?
나머지 한 사람 자넷 옐런 의장입니다. 연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FRB 의장으로서 당연히 하마평에 올라야 하고 유력하다는 얘기를 들어야 하지만 가능성이란 측면에서 3등 정도라면 사실상 힘들다는 것 아니냐는 분석입니다만 트럼프의 입장에서 그가 지금껏 보여주었던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와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한 자넷 옐런을 포용했다는 의외의 인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앞서 두 사람처럼 트럼프 측근 중에 자넷 옐런을 드러내 놓고 추천하거나 미는 사람은 딱히 보이지 않습니다.
트럼프의 마음속에 들어가 보지 않는 한 알 수가 없고 또 전혀 새로운 인물을 선택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예측이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합리적인 추론을 좀 해보죠.
트럼프 대통령은 3년 후 대선에서 재선하려면 미국 경제를 지금보다 훨씬 더 호황을 만들어야 할 겁니다. 그래야만 자신을 지지해준 백인 블루칼라들의 표를 다시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려면 당장 긴축적 통화정책을 쓸 매파적인 이사를 선택하기 여간 꺼려지지 않을 겁니다. 정부는 경기를 살리려고 국채를 발행해서 재정을 풀고 있는데 연준은 금리를 계속 올려서 국채 발행 코스트를 계속 올리는 상황 좋아할 리가 없겠죠.
또 트럼프의 백그라운드가 뭐죠? 부동산 개발업자입니다. 부동산 개발업자는 태생적으로 고금리를 싫어합니다. 트럼프는 미국에 버블을 만들어야 재선이 가능한 대통령입니다. 그것도 화려한 버블로 미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도 부자라는 생각을 갖게 해야만 일말의 희망이 있는 정치적 입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대통령이 벌써 부터 이제 꿈에서 깨어나라고 잠 깨는 약을 주겠습니까?
그런 측면에서 가능성은 상대적인 비둘기파인 제롬 파월이나 자넷 옐런에게 더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제롬 파월은 어딘가 좀 약해 보입니다. 야구 선수로 치면 홈런 타자는 아닌 것 같은 이미지입니다. 그린스펀이나 버냉키에 비하면 그 무게감이 많이 떨어집니다. 실제로 연준 이사가 될 때 공화당 의원 21명이 반대한 경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아무도 드러나게 밀지 않고 있는 자넷 옐런이 그 자리를 지킬 수도 있습니다. 비둘기파에 지난 4년간 그도 모르게 나름의 위상을 만들었죠? 거기다 정권이 바뀌어도 갈아치우지 않았던 선배 대통령들의 표용력과 연준 독립의 전통을 본인의 이미지에 오버랩 시켜보고 싶은 생각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도하나 언젠가 자넷 옐런이 얘기했던 이른바 고압경제 즉 수요가 공급을 지속적으로 앞서는 만성적인 호황경제가 바로 트럼프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인 걸 알아챘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뚜껑을 열어봐야겠습니다만 결국 트럼프가 가고자 하는 길에 반려자를 찾게 될 거고 시장은 또 그를 환영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한국경제TV  제작1부  박두나  PD

 rockmind@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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