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로마의 풍경을 형성해온 소나무가 시 당국의 관리 부실로 차량과 보행자를 덮치는 흉기로 돌변하고 있다.
23일에도 바티칸 인근 로마 중심가에서 거대한 소나무가 달리던 택시 위로 쓰러져 운전자가 다치는 일이 벌어졌다.
높이가 20m에 달하는 소나무에 갑작스레 강타당한 택시는 운전석 부분을 중심으로 반파됐다. 운전자는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으나, 머리에 충격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택시 뒷좌석에 타고 있던 외국인 관광객 2명은 화를 면했다.
로마에서는 이처럼 소나무가 쓰러지는 사고가 최근 잇따라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앞서 지난 주에는 로마 북부에서 25m 짜리 소나무가 슈퍼마켓 바로 앞으로 쓰러져 인명피해가 날 뻔했고, 지난 달에도 바티칸 인근 도로에서 거대한 소나무가 쓰러져 차량이 파손됐다.
유사한 사고가 빈발하자 환경보호 단체인 `이탈리아 노스트라`는 "상황의 심각성을 수 차례 언급했지만, 유사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시 당국에 사고 재발을 위해 긴급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소비자단체 코다콘스(Codacons)도 "나무가 쓰러져 시민들이 죽거나 다칠 수 있다"며 시 당국의 관리 부실을 비판했다.
로마 시 당국은 이에 대해 "현재까지 1만5천 그루의 나무를 점검했으며, 이 가운데 3%는 베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간 코리엘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로마 시 당국은 지난 7월부터 로마 시내에 존재하는 총 33만 그루의 소나무 가운데 높이가 20m 이상인 대형 소나무 8만2천 그루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
그러나, 소나무를 베고 가지치기를 맡길 업체에 대한 입찰 절차가 늦어지며 안전을 위협하는 소나무에 대한 실질적 조치는 내년 상반기까지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전문가들은 로마의 소나무 상당수의 나이가 100년이 넘을 만큼 오래된데다, 외래에서 유입된 병충해, 잦은 도로 공사 등으로 뿌리가 상하고, 급격한 기후 변화로 생장 환경이 바뀌고 있는 등의 다양한 요인이 겹쳐 소나무의 잦은 쓰러짐 현상을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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