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며 사람 피부에는 점차 어떤 종의 세균이 늘어날까. 다양한 맛과 향을 내는 와인에는 각각 어떤 미생물이 들어있을까.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미생물에 대한 과학자들의 궁금증은 끝이 없다. 이를 해결하려면, 우선 이들의 `신원`을 확보해야 한다.
43개국 160개 연구소 500여 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된 국제 연구컨소시엄인 `지구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Earth Microbiome Project·EMP)는 약 30만종의 미생물에 각각 일종의 `신분증`을 부여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어 2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 및 미생물 유전정보 전체(유전체)를 일컫는 말이다.
최근 몸속에 사는 미생물이 알레르기나 대사·면역질환, 뇌 질환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속속 규명되며 더 자세한 연구를 위해 마이크로바이옴은 주목받는 연구 분야가 됐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 등은 이미 국제연구그룹을 구성해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연구진마다 각각 다른 실험 기법을 이용하는 바람에, 현재 모인 데이터들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롭 나이트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교수, 잭 길버트 시카고대 교수 등은 실험법을 표준화해 연구를 진행할 연구진을 모았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 2010년 EMP가 발족했다.
신학동 세종대 생명과학대 식품생명공학전공 교수팀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일한 국내 연구진이다.
신 교수는 "프로젝트를 통해 실험 기법의 표준화를 이뤘다"며 "지구 전체를 덮고 있는 미생물을 이해할 `시작점`이라는데 이번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미생물이 들어있는 시료를 보관하는 조건부터 동일하게 했다. 다양한 환경에서 2만7천751개의 시료를 모았는데, 이 시료는 분석 전까지 모두 영하 80℃에 보관했다.
세균, 고세균 등 미생물에 부여할 신분증으로는 생체분자 중 `16S rRNA`를 택했다.
16S rRNA는 단백질을 합성하는 `단백질 공장`인 리보솜을 구성하는 분자인데, 이 분자의 염기서열이 미생물마다 달라 세균이나 고세균에서는 마치 `주민등록번호`처럼 쓸 수 있다. 연구진은 염기서열을 읽어내는 실험 및 정리 방법 역시 표준화했다.
신 교수는 "앞으로 다양한 국내 연구진이 이 프로젝트에 동참해, 한국인만이 가진 독특한 음식 문화나 주거 환경으로 생기는 미생물 군집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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