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철도회사, '20초 빨리 출발했다고' 불편 끼쳐 사과 성명

입력 2017-11-17 15:48  

일본 도쿄의 한 민영 철도회사가 지난 14일 열차가 예정 시각보다 20초 `빨리` 출발했다고 "승객들께 심대한 불편을 끼친 데 대해 심심한 사과" 성명을 낸 것이 미국과 영국의 언론들에 화제가 됐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16일 "아마도 역사상 가장 아낌없이 뉘우친 20초"라고 전했고 영국의 가디언은 17일 "(연발착이 잦은 영국 통근자들에게) 냉소와 함께 일본으로 이주를 꿈꾸게 하는" 사과라고 보도했다. BBC 방송은 "깊은 인상을 받은 세계 철도 이용자들이 저마다 자국 철도회사 측에 이 얘기를 트윗했다"고 전했다.

일본의 수도권신도시철도측이 사과 성명을 낸 것은 쓰쿠바 익스프레스의 한 열차가 미나미-니가레야마역에 시간표대로 오전 9시 43분 40초에 정확히 도착하긴 했는데, 1분간 정차 후 44분 40초에 출발해야 할 것을 차장이 성급하게 44분 20초에 문을 닫고 열차를 출발시켰기 때문.

이로 인해 열차를 놓친 사람도 없고, 승객 중에 불만을 표시한 사람도 없지만, 회사 측은 성명에서 차장에게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규정을 엄격히 따를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일본 특유의 정확성과 몇 번이고 사과하는 사죄 문화를 이 일화의 배경으로 들면서 다른 나라 철도 이용객들의 부러움도 전했다.

그러나 가디언은 지난 2005년 만원 통근 열차가 탈선해 아파트 단지를 덮치는 바람에 100명 이상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친 사고를 상기하며 "지나친 시간 엄수가 비극을 부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철도 노조 측은 단 몇 초 연착했다거나 승차장을 조금 벗어나 정차했다는 등의 사소한 실수로도 모욕적인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의 문화"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었다.

뉴욕타임스는 상대가 부담스러워 할 정도의 일본의 사과 문화 사례로 지난 봄 한 아이스크림 회사가 아이스크림 가격을 10엔(97원) 올리면서 TV 광고를 통해 유감을 나타낸 것을 들기도 했다.

지나치리만큼 거듭 사과하는 일본이지만, 16일 유엔 인권이사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하고 보상하라는 권고를 내린 데 대해선 "무엇도 부끄러워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오카무라 요시후미 일본 정부 대표는 말했다고 일본의 교도통신은 17일 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권이사회 심사 때 2015년의 한·일 위안부 합의에 관해 설명했다며 "각국의 지적에 확실히 반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나치리만큼 몇 번이고 거듭 사과한다는 일본의 `사죄 문화`는 제국주의 시절 과거사에는 적용되지 않는 셈이다. 기차가 수십 초 빨리 출발하고 아이스크림값을 100원 정도 올렸다고 사과하지는 않는 독일은 나치 독일의 과거사에 대해 계기가 있을 때마다 거듭 반성하고 사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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