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살인가드’로 둔갑한 아기 ‘안전가드’ 에 법적 책임 물어

입력 2017-11-20 13:21  



아기침대 안전가드를 만 2세 미만의 영유아가 사용하는 경우 안전가드와 매트리스 사이에 아기가 끼여 질식사할 위험이 있고, 이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판매하여 아기가 사망에 이르렀다면, 제조업자에게 제조물책임법상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김우정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사망한 A군의 유족이 "아기침대 안전가드의 설계상, 표시상 하자로 인하여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며 아기침대 안전가드의 제조 및 판매업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제조 및 판매업체에게 지시 및 경고상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음을 인정했다.


지난 2016. 4.경 A군의 부모는 유아용품 전문 제조 및 판매업체인 `H사`에서 제조 및 판매하는 아기침대 안전가드를 구매하여 설치 안내서에 적힌 용법 대로 침대에 설치하여 사용했다. 그러나, 아기침대 안전가드를 설치하여 사용한 지 열흘도 채 되기 전인 2016. 4. 16. 오전 8시 30분 경 침대에서 자고 있던 A군이 침대에 설치한 아기침대 안전가드와 매트리스 사이에 끼인 채 비구폐색질식으로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제조 및 판매사는 아기침대 안전가드를 영유아가 사용할 경우 질식사의 위험이 있음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해당 제품에 대한 광고시 영유아의 사진을 활용하여 광고하여 영유아 또한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하였으며, 질식사와 추락 위험에 대한 주의사항은 판매 페이지 하단에 작게 표기했다. 또한 아기침대 안전가드의 배송 시 동봉된 사용설명서에는 만 2세 미만의 유아의 경우, 작은 부품을 삼킬 위험이 있다고만 표기하여 구체적인 질식사의 위험에 대하여 고지하지 아니하였고, 아기침대 안전가드의 사용 연령을 눈에 띄는 방법으로 확인하기 어렵게 했다.


A군의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리앤파트너스(LEE&Partners)의 이승재 대표변호사는 "이 사건 안전가드를 사용하기에 부적절한 영유아를 제품의 모델로 광고하고, 위험에 대한 표시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점에 대한 책임이 인정될 필요가 있다"며 "이번 판결은 영유아의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현재의 추세에 맞추어 그동안 이와 같은 사안에서 표시·광고책임에 대하여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 온 법원이 그 태도를 변경하여 영유아의 안전에 있어서 더욱 엄격한 사회적 책임을 인정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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