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법재판소 사상 첫 영국 재판관 탈락…인도 재판관 뽑혀

입력 2017-11-21 20:59  


국가 분쟁 해결기구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1946년 창설 이후 처음으로 영국 출신 재판관이 빠지게 됐다. 그 자리는 인도 출신 재판관이 차지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ICJ 재판관을 두지 못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 때문에 이번 일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영국의 국제사회 영향력이 줄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유엔과 인도 외교부에 따르면 인도 출신 달비르 반다리 ICJ 재판관은 전날 유엔 총회와 안보리에서 12차례에 걸친 표결 끝에 재선에 성공했다.

반다리 재판관은 최종적으로 안보리 15개 이사국 전부의 동의와 유엔총회 193개 회원국 가운데 183국의 지지를 얻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J는 유엔의 최고 사법 기구로 15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며 3년마다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5명씩 재판관을 다시 선출한다. 각 재판관 임기는 9년이며 연임할 수 있다.

재판관으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유엔 총회와 안보리에서 모두 과반수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올해 선출될 5명의 재판관 가운데 재선에 도전한 프랑스, 소말리아, 브라질 재판관과 새로 재판관 후보로 출마한 레바논 재판관은 5차례 표결 만에 쉽게 확정됐다.

하지만 재선에 도전한 영국의 크리스토퍼 그린우드 재판관은 안보리에서는 과반수의 지지를 받았지만, 총회에서는 과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총회는 대신 인도의 반다리 재판관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

투표 회차를 거듭할수록 총회에서 반다리 재판관 지지세는 굳건해졌고 결국 영국은 20일 제12차 투표를 앞두고 그린우드 재판관의 후보 지명을 철회했다.

매튜 라이크로프트 유엔 주재 영국 대사는 "영국은 표결을 계속함으로써 총회와 안보리의 귀한 시간을 더 빼앗는 것은 잘못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인도 외교부는 "후보를 철회한 영국의 결정에 감사한다"면서 "유엔 회원국들의 굉장한 지지는 인도 정체의 헌법적 무결성과 사법부 독립에 대한 존중을 반영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성명을 냈다.

ICJ는 사법기관이긴 하나 국제정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특성상 관행적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 출신 재판관은 빠지지 않고 재판관에 포함됐다.

상임이사국 가운데 ICJ 재판관을 두지 못한 경우는 1971년 중국의 유엔 회원국 지위가 중화민국(대만)에서 중화인민공화국(본토)으로 넘어간 것을 전후해 1967∼1985년 중국 출신 재판관이 없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이번 영국 사례가 처음이다.

영국 BBC 뉴스는 이번 일을 "영국 외교의 실패"라면서 "옳든 그르든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국제무대에서 후퇴한다고 많은 나라가 생각하고 있고, 예전보다 많은 나라가 유엔에서 영국에 반대하려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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