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재앙' 본격화? "대출 사실상 포기"

입력 2017-11-30 10:12  

저금리 끝났다…한은,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 0.25%p 인상
경기 회복 지속…가계부채·美 금리인상 등 대응 필요성
금리인상 또? 내년 추가 인상 속도 빠르지 않을 듯
`저금리시대 종말` 신호탄 쐈다…금리 인상 `스타트`
[금리인상] 한계가구 100만명, 영세 자영업 130만명에 `직격탄`



금리인상이 예상대로 현실화 됐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됐다.

한은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1.50%로 인상했다. 이에 따라 작년 6월 이래 17개월간 이어진 사상 최저금리 시대는 막을 내렸다.

한은 금리 인상은 2011년 6월 이래 6년 5개월 만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6월 통화정책 완화 정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방향 전환을 예고한 지 5개월 만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인상 소수의견이 나오자 이달 금리 인상을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금리 등에 선반영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지속했던 저금리시대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부진한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저금리로 돈을 풀었던 `유동성 잔치`가 끝나고 본격적인 `긴축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신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인상되면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연간 평균 이자비용이 308만원에서 476만원으로 168만원 늘어나고, 한계가구는 803만원에서 1135만원으로 332만원 증가한다.

이번 금리 인상 배경에는 최근 경기 회복세가 확실하다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 급증에 힘입어 예상보다 훨씬 강한 성장세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4%(속보치)를 기록했고 10월 이후에도 수출 증가세는 견조하다.

이를 반영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올려잡았다. 내년 성장률도 3.0%로 보고 있다.

이는 잠재성장률(연 2.8∼2.9%)을 웃도는 수준으로, 이 총재가 금리인상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뚜렷한 성장세`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북한 리스크와 사드 갈등에 눌려있던 소비심리도 지난달 6년 11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하는 등 개선되는 분위기다. 북한 미사일 도발도 이번엔 한은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반면 가계부채는 1400조원을 돌파하며 위험수위를 넘었다. 그동안 초저금리로 인해 쌓인 부작용이다.

대외적으로는 다음 달로 예상되는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도 금융불안 요인이다. 신흥국인 한국이 미국보다 금리가 낮으면 자본 이탈을 유발할 수 있다.

만일 이날 회의에서 한은이 금리를 동결했더라면 다음 달 양국 금리는 10년 만에 역전된다. 한국의 높은 신인도 등으로 당장 자금이탈이 현실화되지는 않겠지만 늘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향후 관심은 내년에 얼마나 추가 인상될 것인지 여부다. 금융시장에서는 1∼2회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반도체 등 일부 수출 대기업 위주 성장일 뿐 경기 회복의 `온기`가 퍼지지 않았는데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면 산업 경쟁력 약화와 내수경기 타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앞으로 경기 상황과 부동산 시장 및 가계부채 흐름, 미 금리 인상 횟수 등이 추가 금리 인상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지자 막대한 부동자금이 부동산으로만 몰려 서울과 강남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며 서민들에게 박탈감만 안겨줬다.

이 과정에서 가계가 짊어진 빚은 3년간 363조 원이나 늘어나면서 자칫 한국경제에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는 최대 위험요인으로 부상했다.

금리 인상은 이런 저금리 부작용에 대응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정적 시선도 나온다. 내년부터 최저임금도 사상 최대로 오르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오르게 될 경우, 폐업하는 중소기업이 줄을 이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16% 넘게 뛰고 은행 금리도 인상된다면 중소기업 사장들은 빚만 갚다가 결국 못 견디면 폐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0.1% 포인트 인상할 때, 중소기업 폐업위험도는 7.0∼10.6%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정부가 각종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자 앞으로 대출받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뜩이나 가계대출 조이기로 대출받기가 까다로운 상황에서 대출금리마저 인상되면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시장금리가 인상될 때 가산금리도 함께 인상시켜 대출금리 인상 속도를 높여왔다.

금리 인상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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