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캘리포니아 산불 '비상사태' 선포…여의도 면적 70배 불태웠다

입력 2017-12-06 23:13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 북쪽 도시 벤추라와 실마 카운티에서 초대형 산불이 발생해 2만7천여명이 대피하는 등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건조한 강풍이 부는 날씨가 며칠간 이어질 예정이어서 불길이 언제 잡힐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 언론과 소방당국은 `통제 불능` 상태의 산불이 폭발적 기세로 번지고 있다면서 영향권에 든 주민들에게 최대한 빨리 대피하라고 당부했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각각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5일(현지시간) 현지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저녁 LA 북서부 샌타모니카와 북부 샌타바버라 사이에 있는 인구 10만의 소도시 벤추라에서 발화한 산불은 시속 80㎞의 강풍을 타고 주변 지역으로 거세게 번지고 있다.
`토머스 파이어`로 명명된 불은 벤추라 산타 폴라에서 발화해 주택가 쪽으로 번졌다. 벤추라 시 청사 건물 인근까지 불에 탔다.
벤추라는 LA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약 100㎞ 떨어져 있다.
CNN, KTLA 등 방송은 이번 불로 벤추라와 인근 지역 5만 에이커(약 200㎢·약 6천만 평)에 이르는 면적이 불에 탔다고 전했다. 여의도 면적의 약 70배에 달한다.
미 CBS 뉴스는 불이 초당 1에이커(1천200평)를 태우는 속도로 번져 나갔다고 전했다. 15분 만에 맨해튼 센트럴파크 만한 면적이 불길에 휩싸였다.
이 지역 주민 중 거의 30%에 달하는 2만7천여 명이 대피했다. 벤추라에서 건물과 가옥 150여 채가 전소했다.
화재 직후 주민 한 명이 숨졌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인명 피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진화율이 극도로 미미한 상황이라 인명 피해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새벽 4시께 벤추라 시내 하와이안 빌리지 아파트 건물이 불길에 휩싸인 채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입주민들은 이미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80여 개 병상이 있는 벤추라의 비스타 델마 정신병원도 환자를 대피시켰다. 벤추라에 있는 토머스 아퀴나스 칼리지는 캠퍼스를 폐쇄했다.
마크 로렌젠 벤추라 소방국장은 "며칠간 이런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며 "대피한 주민들은 집의 상태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번 불은 샌타 애너라고 불리는 강력한 바람 탓에 통제 불능 상태로 확산하고 있다고 현지 소방당국은 전했다.
샌타 애너는 네바다·캘리포니아 내륙 그레이트 베이슨(대분지)에서 형성된 고기압이 산을 넘어 해안 쪽으로 내려오면서 건조한 강풍을 불러일으키는 기상 현상이다. 현재 캘리포니아 남서부 습도는 10%에 불과하다.
수십 대의 소방 헬기와 소방대원 수백 명이 투입돼 화마와 싸우고 있으나 역부족인 상태다.
벤추라 카운티 소방당국 관계자는 CNN에 "산불 영향권에 있는 지역의 건물은 통제할 수 없는 상태로 위협을 받고 있다. 불이 번지는 속도와 세기 때문에 소방대원들이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벤추라 지역 목격자는 "거대한 불지옥 같은 기둥이 오렌지빛으로 어른거리는 형상이 주택가 너머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불로 이 지역을 통과하는 송전선이 파괴돼 벤추라 카운티와 인근 샌타바버라 카운티 26만 호의 가옥 또는 사무실이 정전됐다.
LA 북쪽 실마 카운티에서는 `크릭 파이어`로 명명된 또 다른 산불이 발화해 45㎢를 태웠으며 2천500가구 주민이 대피했다. 가옥도 30채 소실됐다. 100여 명의 환자가 입원한 병원에도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 불도 샌타 애너 강풍의 영향을 받아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주변 210번 고속도로와 일부 연결 구간 도로가 폐쇄됐다,
가세티 LA 시장은 "최대 15만 명이 영향권에 들 수 있다. 포터 랜치 서쪽 주민들은 중요한 서류를 챙겨놓고 언제든 대피할 준비를 하라"고 권고했다.
실마 카운티와 레이크 뷰 테라스, 선랜드 터정가 지역은 한인들이 많이 사는 라크레센터와도 비교적 가까운 지역이다.
이번 산불은 지난 10월 와인 산지로 유명한 나파·소노마 밸리 등에서 발생해 40여 명의 사망자를 낸 북 캘리포니아 산불 이후 가장 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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