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英국방·소련외교관과 `양다리` 스캔들 주역 킬러 사망
냉전시대 `스파이`로 몰렸던 콜걸 크리스틴 킬러 결국 역사 속으로
크리스틴 킬러 사망 소식이 전해져 카바레 댄서 출신인 그녀의 ‘양다리 스캔들’이 조명을 받고 있다
섹시 누드모델 출신으로 1960년대 존 프러퓨모 영국 국방장관과 스캔들로 결국 당시 해럴드 맥밀런 보수당 내각의 몰락을 초래한 크리스틴 킬러가 75세로 사망했다고 영국 언론들이 5일 보도한 것.
‘영국판 마타하리’ 크리스틴 킬러는 이 때문에 주요 포털 핫이슈 키워드로 등극했으며 그녀에 대한 언론들의 조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크리스틴 킬러는 10대 모델이던 1963년 프러퓨모 국방장관 및 런던 주재 소련 외교관과 이중 관계를 맺고 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프러퓨모 장관이 현직에서 물러났다.
크리스틴 킬러와 관계를 맺고 있던 소련 외교관은 해군 장교로 정보요원이었으며 냉전이 한창일 무렵이었던 만큼 킬러 스캔들은 영국 정계에 큰 충격을 몰고 왔다.
크리스틴 킬러의 아들인 세이무어 플랫(46)은 일간 가디언에 킬러가 지난 4일 판보로 소재 프린세스 로열 대학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틴 킬러는 지난 몇 달간 폐 질환을 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크리스틴 킬러 사망 직후, BBC 방송은 60년대 정계를 뒤흔들었던 당시 스캔들을 재조명하는 시리즈물을 내년 중 제작할 예정이다.
상당 기간 슬론(Sloane)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크리스틴 킬러는 두 번 결혼했으나 모두 이혼으로 끝났으며 2명의 아들과 한 손녀를 두고 있다.
아일랜드에 사는 아들 플랫은 자신의 가족들이 1주일 전 모친을 봤다면서 "다소 비극적인 삶이었지만 주위에 가족이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런던 소호의 카바레 댄서로 일하던 크리스틴 킬러는 명사들의 파티에 참석하던 중 1961년 프러퓨모 장관과 만났으며 아울러 소련 대사관 무관이던 예프게니 이바노프도 만나 동시에 관계를 맺었다.
1963년 이들의 관계가 드러나자 당시 냉전 상황에서 기밀 유출 문제가 대두하면서 맥밀런 내각을 곤경으로 몰아넣었다. 프러퓨모 장관은 처음 부적절한 관계는 아니었다고 극구 부인했으나 언론들이 잇따라 기사를 내보내면서 거짓을 인정하고 현직에서 사임했다.
1964년 선거에서 노동당의 해럴드 윌슨 내각이 승리한 것은 크리스틴 킬러와 프러퓨모와의 스캔들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크리스틴 킬러 이미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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