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 숨진 '강압감찰' 의혹에 전격 압수수색…충북경찰청 '침통'

입력 2017-12-08 19:32  


여성 경찰관이 `강압감찰`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의혹과 관련, 충북지방경찰청이 개청이래 처음으로 본청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미 본청 감찰을 통해 문제점이 드러나 관련자들이 인사 조처됐는데 또다시 압수수색까지 받게 되자 충북청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수사관 5명은 8일 오후 2시부터 약 4시간째 충북청 청문감사담당관실과 지능범죄수사대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수사관들은 이날 오전 충주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서도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앞서 숨진 여경의 유족과 현직 경찰관들 모임인 `폴네티앙` 등은 충북청의 전(前) 감찰 담당자 등을 무고·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협박·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경찰청에 고소·고발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본청 지수대는 숨진 여경 관련 감찰 기록과 피고소인들의 휴대전화·경찰 내부망 접속기록 등을 확보하고자 압수수색에 나섰다.
충북청 경찰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묵묵히 수사관들의 요구를 따랐다.

한 경찰은 "매번 우리가 압수수색을 해왔지 당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더욱 당혹스럽다"며 "뭐라 할 말이 없다"고 고개를 돌렸다.
본청 지수대는 이날 입수한 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분석하고 휴대전화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거쳐 당시 감찰 조사 방식이 적절했는지, 부당한 강압은 없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본청 관계자는 "일부 자료는 임의제출 받을 수도 있지만, 피고소인들을 대상으로 동시에 신속히 자료를 입수하려고 압수수색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감찰이 완료된 사안을 또다시 수사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의혹 제기를 차단하고자 압수수색 카드를 꺼낸 것으로 분석했다.

충북청의 한 간부 경찰은 "이번 일과 연관은 없지만 일부 부서가 압수수색까지 받게 되니 신경이 안 쓰일 수 있겠느냐"며 "빨리 사건이 마무리돼 뒤숭숭한 분위기가 정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충북청은 지난 10월 충주경찰서 소속 A(38·여) 경사의 업무 태도에 대한 익명투서가 접수되자 감찰에 착수했다. 그러던 중 A 경사는 같은 달 26일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A 경사가 숨진 사실이 알려지자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충북청 감찰부서가 A 경사를 감찰하는 과정에서 사찰 등 부적절한 행태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논란이 일자 경찰청은 충북청을 상대로 감찰을 벌여 A 경사에 대한 익명투서 내용이 근무 태도 문제 등 가벼운 사안이었음에도 몰래 사진을 촬영하고, 조사 과정에서 잘못을 시인하도록 A 경사를 회유하는 발언을 하는 등 문제가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

이런 조사 결과에 따라 충북청 청문감사담당관 등 감독자와 감찰 관계자들은 모두 인사 조처됐다.
하지만 A 경사의 유족 등은 관련자들의 형사처벌을 요구하는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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