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의 모바일 정책이 완전히 달라졌다. 온스타일의 SNS 페이지는 더 이상 송출했던 방송 영상을 잘라서 올리거나 홍보를 위한 공간이 아니다.
모바일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사내 전문인력들을 모으고 CJ E&M 사상 최연소 팀장을 디지털팀의 수장으로 앉혔다. 대대적인 개편 이후 온스타일이 운영하는 5개 페이스북 페이지의 팔로워 수는 지난 8월 125만명에서 최근 170만명으로, 주간 총 영상 평균 조회수는 200만 회에서 450만 회로 2배 넘게 늘었다.
디지털팀을 구축하고 운영까지 담당하고 있는 이우탁(32) 팀장을 만나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의 디지털 미디어 전략에 대해 들었다.
(▲ 사진 = 이우탁 온스타일 디지털팀 팀장, 온스타일 제공)
◆ `통`으로 움직이는 디지털 콘텐츠 조직
온스타일 디지털팀이 기존의 방송 조직과 가장 다른 점은 독립된 조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디지털팀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뉘어 져 각자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주목할 대목은 방송업계의 공식이라고 할 수 있는 팀 간 협업이 아닌 팀 내 협업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제작물은 한 파트에서 도맡아 제작한다. 모든 팀원은 기획에서부터 촬영, 제작 그리고 페이지 운영 등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아이디어를 내고 함께 책임진다. 하나의 팀이 통으로 움직이는 셈이다. 실험적인 시도는 생각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실무자들의 입김에 세지면서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문화가 생겼고 업무 간 장벽도 무너졌다. 제작과 운영을 분리시키지 않은 점 덕분에 제작을 하며 운영 효율까지 챙기는 분위기로 변했다. 이 팀장은 "레거시 미디어에서 잡혀있던 제작과 의사결정 구조는 모바일과는 맞지 않다"며 "조직이 크고 무거우면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따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사진 = 스튜디오 온스타일이 운영하는 5개의 채널, 온스타일 제공)
◆ 2034세대 여성 코드…선망보단 `공감`
온스타일을 대표하는 감성도 달라졌다. 제작하는 콘텐츠를 패션과 뷰티로 한정하는 게 아니라 성/건강·젠더·직업·뷰티/스타일로 확장했다. 과거 세대의 감성인 `선망`을 버리고 디지털 세대들의 감성인 `공감`으로 방향을 돌린 셈이다. 이 팀장은 "2000년대는 선망의 대상들이 나와 `언니가 좋은 거 알려줄테니 따라와`라는 감성이 통했지만 지금은 어렵고 힘든 상황을 공감해주는 콘텐츠가 필요한 세대"라며 "멀리 있는 이야기 보단 내 옆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소통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로 직업 카테고리 잡원급제의 `알바썰`은 청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은 이야기를 담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또 과거 에르메스나 샤넬 등 명품을 다룬 주제 보단 가성비가 좋은 화장품, 남녀 사이의 관계 등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로 콘텐츠를 채워가고 있다.
◆ 모바일은 보조 아닌 본체
온스타일은 `겟 잇 뷰티`, `섹스 앤 더 시티`,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등 프로그램을 통해 한때 2034세대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채널로 자리 잡았다. 웰빙과 명품 등 여성들의 욕망을 자극하며 2034세대 여성의 3분의 1이 온스타일을 시청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급격한 시대와 기술의 변화가 온스타일을 흔들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방송을 통해 트렌드를 접하지 않았다. 주요 시청층인 2034세대 여성들은 유행을 더 빠르고 편하게 보여주는 디지털 미디어로 채널을 옮겼고, 온스타일의 여성채널 브랜드 인지도는 선두에서 5위권 내외로 추락했다.
온스타일의 변화는 이 같은 위기를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내부적인 공감에서 시작됐다. 모바일을 더 이상 방송을 보조하는 수단이 아닌 오리지널 콘텐츠의 유통 채널로 사용하게 된 것은 이 같은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다.
이우탁 온스타일 디지털팀 팀장은 "스튜디오 온스타일은 방송의 서브가 아닌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본체"라며 "앞으로 온스타일의 미래가 방송이 아닌 디지털에 있을 것이라는 데 공감을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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