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나온 최순실 '신경질'…"딸하고 싸움 붙이느냐"

입력 2017-12-20 21:40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질문마다 날 선 반응을 보이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특검팀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말 끼어들기를 하다 재판장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최씨는 20일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의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이 부회장의 1심 재판 때 증인으로 나온 데 이어 두 번째다.
그는 삼성의 승마 지원에 대해 "삼성 지원을 알고 독일로 간 게 아니다. 이후에 박원오(전 승마협회 전무)한테서 `삼성이 지원한다는 데 유연이도 들어있다`고 들었다"며 자신이 승마 지원을 주도했다는 혐의를 부인했다.
특검팀이 "딸 정유라에게 `살시도는 네 말처럼 타라`고 했느냐"고 묻자 "편하게 타라고 한 거지 주인처럼 타라고 한 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특검팀이 정씨의 증언 내용을 토대로 질문을 이어가자 "딸하고 싸움을 붙이는 거냐"고 반발했다.
최씨는 특검팀이 작년 1월 초 삼성 측에 `그랑프리급 말 구입`을 요청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런 사실이 없다. 말 소유권은 삼성이 전적으로 갖고 있다"면서 "검찰이 그런 전제로 물어보면 제가 대답할 말이 없다"고 입을 닫았다.
말 구입 문제를 두고 특검팀이 유사한 질문을 계속하자 "답답하다"면서 "독일을 한 번 갔다 오시든가, 말을 연구하는 검사님이 나오시든가 해야 했다"고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특검팀이 "이해가 안 간다"고 말하자 최씨 역시 "뭐가 또 이해가 안 가느냐. 서로 마찬가지"라고 받아쳐 방청객이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최씨는 특검팀이 "박상진 사장은 증인에게서 `삼성에 도와드릴 게 있으면 말하세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맞느냐 아니냐. 기억이 안 나느냐"고 묻자 "왜 이렇게 강요를 하시느냐. 저는 삼성하고 어떤 거래도 얘기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작년 8월 삼성이 말 중개상과 비타나 등 말 3마리의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이 "지난해 9월 말 비덱(코어의 후신)스포츠 명의로 해당 말들을 다른 말로 교환 계약 체결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시도한 적이 있는데 삼성이 문제 삼아서 못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삼성이 먼저 계약을 끊어서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보려고 시도했다"면서 말 교환 시도는 삼성에 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말 교환 계약이 삼성 모르게 이뤄졌다는 이 부회장 측 주장과 부합하는 취지다.
특검팀은 질문마다 최씨가 줄줄이 설명하자 "`네, 아니오`로만 말하면 안 되느냐. 지금까지 말을 많이 해서 (신문) 시간이 많지 않다"고 달랬다.
재판장도 "증인은 입장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 질문을 들을 때 자꾸 말하려고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최씨는 이 부회장 측 질문에도 주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이 "박원오에게 `VIP가 이재용에게 말 사주라고 했지 언제 빌려주라고 했느냐`라고 말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저도 그 말을 듣고 하도 기가 막혀서…. 있을 수도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정유라 혼자 지원받으려고 한 것 아니냐"는 말엔 "하아"라고 숨을 내쉰 뒤 "박원오가 만든 하나의 프레임이다"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이에 변호인은 "됐습니다"라며 최씨의 말을 잘랐다.
최씨는 삼성이 지난해 언론 비판을 의식해 승마 지원을 끊은 것에는 "좀 너무한 것 같다"면서 "독일법으로 하면 삼성에 위약금을 청구해야 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증인 신문이 끝나자 재판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발언 기회를 얻으려 했으나 재판장은 "여긴 증인 재판이 아니니 돌아가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특검팀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9월 15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만나기 사흘 전 청와대 안가에서 독대했다는 내용을 넣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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