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시선] 솔로몬의 지혜

입력 2017-12-21 13:36  

    시장을 향한 신선한 시각……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솔로몬의 지혜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투자자 여러분 날도 춥고 길도 미끄럽고 출근길 힘드셨죠? 연말이라 이런저런 일로 정신들도 없으실 텐데 말입니다.

    요즘 우리 시장 그것도 코스닥 시장이 꼭 그렇습니다. 춥고 정신이 없습니다. 중구난방입니다. 좀 오르는 가 싶으면 이유 없이 매물 폭탄이 터져서 급락을 하기도 하고 또 대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치솟기도 합니다만 기대했던 산타랠리는 없고 대체로 글쎄요, 조마조마하다고 해야 할까요? 전망하기 참 힘든 장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연말이니까 팔 사람들 팔고 또 새롭게 살 사람들 사는 거라 보면 되겠지만 대체로 개별 종목들 그것도 조금 올랐다 싶은 종목들이 극심한 변동성을 갖는 건 아무래도 연말에 대주주 요건을 피해서 주식 양도차익 세금 안 내겠다는 이른바 큰 손들의 매물이 간헐적으로 출회되기 때문이라고들 봅니다. 연례행사가 또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아시는 것처럼 2018년 과세기준 종목당 금액 기준 15억, 지분율 기준으로 2% 이상 보유하고 해를 넘기게 되면 대주주로 분류가 돼서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으로 물게 되죠?

    글쎄요, 15억이라는 돈도 서민들 입장에서는 매우 큰 돈이고 또 상장 회사의 지분 2%도 어찌 보면 꿈 같은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만 이렇죠? 내 후년부터는 이 조건 대폭 강화가 돼서 3억 원 이상 보유하면 또 세금 물리고 더 나가서는 궁극적으로 모든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를 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입니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의 기본 원칙에 토를 달 이유는 없고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주식시장에 대한 과세 문제 정말 이 조세의 대원칙만 고려해서 하면 될 정도로 간단한 문제일까요?

    지금 정부는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만성적인 저성장의 추세를 반전시키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선도하고자 혁명위원회를 만들어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도 사실은 그런 측면에서 시도되고 있는 것입니다.

    잘하는 일입니다. 세계의 모든 나라를 보십시오. 부자들이 겁을 먹고 자신의 돈을 은행예금이나 국채 같은 안전 자산에만 넣어두고 있거나 부동산 투자만 하는 나라치고 발전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일보의 잃어버린 20년을 보십시오. 아베노믹스 거창한 것 같지만 사실은 딱 하나 한 겁니다. 일본 사람들로 하여금 은행에서 국채에서 돈을 빼서 소비도 하고 투자도 하게 한 거죠. 바로 일본 사람의 돈에 역동성을 불어넣은 겁니다. 이 돈들이 돌아다니며 주식을 사기도 하고 동경의 집을 사기도 하면서 극도로 보수화되던 일본 사람들의 투자와 소비 본능을 자극한 거고 그게 통했습니다. 닛케이가 20년 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 단적인 예고 그 무겁던 동경의 집값이 오르는 게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럼 우리 부자들은 어떻습니까? 아니 범위를 넓혀서 우리 중산층 이상은 어떻습니까? 일본의 10년 전을 따라가고 있지 않습니까? 부동산 아니면 예금 조금 용기를 내면 중위험 중수익이라고 ELS, 그것도 아니면 이자 많이 주는 신흥국 국채 뭐 이런 겁니다. 강남의 은행 PB들에게 가보시죠? 주식 투자하시라는 얘기 섣불리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나마 투자를 해도 절대 망하지 않는 삼성전자 같은 대형주에 국한하는 투자 정도입니다.

    오죽하면 오랫동안 기술 기업에 투자해온 자산가는 코스닥은 11개월만 투자한다는 얘기를 하겠습니까? 시가 총액이 300억짜리 회사라면 2% 주주라면 6억을 투자하면 대주주로 분류가 됩니다.

    부자 감세 하라는 게 아닙니다. 정책의 목표에 우선순위가 있다면 그걸 한번 따져보시라는 얘깁니다. 그리고 해마다 12월만 되면 반복되는 이 코스닥 시장의 숨바꼭질 같은 현상을 보노라면 조세의 원칙은 원칙대로 훼손하면서 시장은 시장대로 왜곡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기술력을 갖춘 우리 중소, 중견 기업들에 투자하고 그 기운으로 기업들은 세계적인 선도력을 갖춘 강한 기업이 될 때 우리나라는 지금의 만성적인 저성장의 고리를 끊고 다시 한번 작지만 강한 부자나라가 될 기반을 갖추지 않겠습니까?

    경영권을 행사하는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인 주주들의 양도차익 과세는 당연히 해야 합니다만 그저 그 기업의 기술과 미래에 대한 투자에까지 같이 과세하는 것은 재고되어야 합니다. 이 저금리 상황에서 매번 거래할 때마다 0.3%씩 거래세를 내고 있기에 이중과세라는 논란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IMF EO 동전주가 돼서 정리매매를 할 대도 꼬박꼬박 거래세를 내 온 게 주식투자자들 아닙니까?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의 대원칙을 지키면서도 나라발전의 방향성에 투자가 기여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대입니다.

    한국경제TV  제작1부  박두나  PD

     rockmind@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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