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드라이비트 '안전' 보다는 '돈'이었다

입력 2017-12-22 13:31   수정 2017-12-22 13:36

제천 화재 건물 법개정 전 건축허가…“드라이비트 규제서 빠졌다”
규제 강화 개정 건축법에 안 걸려…드라이비트, 시공비 저렴해 비용절감
드라이비트, 스티로폼 외장재라 불 순식간에 외벽 타고 번져 화 키워



제천 화재가 1층에서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건물이 화재에 취약하지 않았더라면 인명피해는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 21일 수십명의 사상자가 난 제천 화재 스포츠센터의 건물 외장재로는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제천 화재’ ‘드라이비트’에 대한 언론사의 분석기사와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드라이비트는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바른 단열 외장재인 만큼 불에 상당히 취약해 대형 화재 때마다 화를 키우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제천 화재 목격자들은 "주차장 건물 모서리 간판에 불이 붙더니 2층 간판으로 순식간에 옮겨붙었고 `펑` 하는 소리가 3∼4번 나면서 불이 외벽을 타고 삽시간에 위로 번졌다"고 말했다.

1층 주차장에서 난 불이 많은 양의 연기와 유독가스를 내뿜으며 눈깜짝할 사이에 9층까지 번진 원인은 불에 잘타는 드라이비트로 외벽을 인테리어 했기 때문이다. 이는 역으로 드라이비트로 외벽처리를 안했다면 불이 9층까지 빠르게 번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드라이비트는 스티로폼이 주재료라 가격이 불연성 외장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고, 심지어 외벽에 부착하기만 하면 작업이 마무리돼 시공도 간편하다는 장점 때문에 선호도가 높다. 제천 화재와 비슷한 대형 참사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는 이유다.

정부 당국이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는 물론이고 모든 건물에 대한 드라이비트 조사에 나서야 하는 까닭이다. 만약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드라이비트로 건물을 처리했을 경우, 대형 참사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비트에 대한 장점이 많기 때문에 건축업자들이 드리아비트의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건축법상 운동·위락시설 용도의 건축물, 6층 이상 또는 높이 22m 이상인 건축물의 외벽 마감재는 불에 잘 타지 않는 자재를 써야 한다.

한 건물에서 난 불이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로 옮겨붙어 순식간에 옆 건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법 조항이다.

층수가 9층이면서 연면적이 3천813㎡인 이 스포츠센터 역시 지금이라면 당연히 이 법 조항 적용을 받았어야 한다. 그러나 이 건물은 이 법률의 규제를 여유있게 피해갔다.

건축법에 불연성 외장재 관련 조항이 신설된 것은 2009년 12월 19일이고, 1년 뒤인 2010년 12월 19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이 스포츠센터 소유주가 제천시청에 건축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때는 2010년 7월 29일이다. 개정된 건축법이 시행되기 5개월 전 건축허가를 신청하면서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된 셈이다.

당시 건축법 시행령도 법률 시행 이후 건축허가를 신청하는 경우에 한해 방화성 외장 마감재를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결국 제천 화재가 발생한 스포츠센터는 관련법 시행 직전 건축허가를 신청하면서 화재에 취약하지만 저렴하면서도 시공이 용이한 드라이비트를 외장재로 쓸 수 있게 됐다.

이런 점에서 개정 후 1년 늦게 시행된 건축법도 29명의 사망자와 29명의 부상자를 초래한 제천 대형화재 발생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제천 화재, 드라이비트 이미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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