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보다 더 쎈 '한국판 선샤인 액트'…제약사 '비상'

박승원 기자

입력 2018-01-04 14:57  

<앵커>

지난 2016년 9월말 시행된 김영란법으로 한 차례 홍역을 앓았던 제약회사드이 올해부터 시행되는 또 다른 불법 리베이트 근절책으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김영란법보다 더 쎈 불법 리베이트 근절책인 한국판 선샤인 액트에 대해 박승원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 기자, 먼저 한국판 선샤인 액트가 먼가요?

<기자>

네. 한국판 선샤인 액트는 의약품 거래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의 자정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 의무화 제도라고도 하는데요.

업계 요청으로 2년간의 유예기간을 가졌던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 의무화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겁니다.

지난 1일부터 제약회사는 의사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 내역을 보고서로 작성해 보관하고, 복건복지부 장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이를 제출해야 합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앞으로 제약회사는 견본품 제공, 학회 참가비 지원, 제품설명회시 식음료 제공, 임상시험·조사비용 지원 등을 상세하게 기록해야 합니다. 또, 영수증이나 계약서와 같은 증빙서류는 5년간 보관해야 합니다.

만약, 지출보고서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2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미국 등에서 시행중인 선샤인 액트와 유사한 이 제도는 규제와 처벌 중심이던 기존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근절 정책이 예방으로 전환된 것이 특징입니다.

<앵커>

올해부터 시행되는 만큼, 제약회사들은 이미 대비책을 마련했을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기자>

네. 영업 관행에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인 만큼, 제약회사들은 지난해부터 대비책 마련에 분주했습니다.

대비책으론 전사적 전산시스템 도입과 영업직 교육, 비대면 마케팅 활성화 이렇게 3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데요.

우선 동아ST와 유한양행, JW중외제약은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 작성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해 전사적 전산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의사와 약사를 만나는 영업 직원이 현장에서 바로바로 경비 지출 내역 등을 입력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또, 선샤인 액트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로 혼선을 겪지 않기 위해 영업직원의 윤리 교육은 물론, 업체와 의사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한다는 방침입니다.

마지막으로 화상과 전화 등 비대면 영업 채널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데요.

선샤인 액트 시행으로 대면 영업 활동이 위축될 수 밖에 없는 만큼, 의료진에게 온라인으로 의약품 정보를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화상, 전화 영업 확대를 위한 직원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이런 대비책에도 불구하고, 제약회사들의 영업환경엔 타격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어 보이는데, 어떤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미 한국판 선샤인 액트가 시행되기 전부터 제약회사의 영업환경엔 변화가 일었습니다.

불미스러운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는 의사나 약사들이 제약회사 영업직원들의 방문을 거부하기 시작한건데요.

선샤인 액트는 일반 병·의원 의사를 다 포함하는데다 경제적 이익 지출 보고서에 병원과 의사 이름까지 적도록 돼 있기 때문에 제약회사 영업직원들의 출입금지를 공식화하는 곳이 늘어나는 건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결국, 자신이 속한 회사의 제품을 설명하기 위해선 직접 만나야 하는데, 선샤인 액트 시행으로 제약회사의 영업환경은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제약업계는 영업축소와 더 나아가 영업 직원들의 퇴사 위기를 우려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앵커>

제약회사의 영업환경 측면에선 우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제약산업 구조 측면에선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구요?

<기자>

네. 한국판 선샤인 액트가 복제약 중심이었던 국내 제약산업의 구조에도 변화를 줄 것이란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엔 국내 제약회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복제약을 판매해 경쟁하면서 의사에게 접대를 제공하는 등 불법 리베이트가 성행했는데요.

하지만, 한국판 선샤인 액트 시행으로 앞으론 혁신 신약이나 기존 약의 효능과 복용 편의성을 개선한 개량 신약을 개발해 제품 품질로 경쟁하는 시대가 될 것이란 겁니다.

여기에 마케팅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인데요.

앞서 언급한 비대면 영업 채널 강화처럼, 국내 제약회사들은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강점을 보이는 온라인 마케팅 전략의 벤치마킹에 힘을 쓸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한국화이자제약 등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의원과 준종합병원 의료진을 대상으로 의약품 정보 제공과 자사 제품 마케팅을 위해 매년 온라인 메디컬 포럼을 열고 있습니다. 또, 이를 온라인으로 중계하기도 하는데요.

영업직원의 역할을 줄이면서 그 자리를 비대면 영업방식으로 보완하는 방안을 시행하는건데, 국내 제약회사 역시 이를 따라할 수 밖에 없다는 진단입니다.

<앵커>

한국판 선샤인 액트 시행이 제약회사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산업 전체적으로 보면 긍정적인 효과도 있어 보이네요. 박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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