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神] '제2의 플런티' 키우는 퓨처플레이

정재홍 기자

입력 2018-01-08 17:00  



    <앵커>

    신기술과 스타트업을 통해 미래 투자 방향을 살펴보는 시간, '스타트업의 신'입니다. 정재홍 산업부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 기자. 오늘 살펴볼 곳은 어떤 기업인가요?

    <기자>

    네. 그동안 '스타트업의신'이 지금까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 수십여곳을 소개해드렸는데요. 오늘은 바로 이런 기업들을 발굴하고, 투자해서 키워주는 테크 전문 엑셀러레이터를 다루려고 하는데요. 그 가운데서도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퓨처플레이의 투자전략과 투자 방향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앵커> 테크 전문 엑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요?

    <기자>

    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가 국내 스타트업 가운데선 처음으로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개발한 플런티를 인수했는데요. 바로 이 플런티도 퓨처플레이가 투자한 회사입니다. 인수 금액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측되는데, 퓨처플레이는 이렇게 인공지능을 비롯해서, 사물인터넷, 뇌과학,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사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도 '올라웍스'라는 얼굴, 동작인식 관련 기술 스타트업을 창업해 지난 2012년 인텔에 회사를 매각한 바 있습니다. 인텔이 인수금액으로만 우리돈으로 약 350억원 쓴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류 대표는 그 후 인텔에서 2년동안 근무하면서 자신이 마치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인텔을 비롯해 수많은 글로벌 대기업들의 스타트업 인수가 활발한 데 비해 국내는 그렇지 않았다는거죠. 류 대표는 국내에서도 활발한 스타트업 M&A를 펼치고자 테크 전문 엑셀러레이터를 만들었습니다.

    <앵커>

    대표가 창업과 M&A 경험으로 스타트업들을 키우고 있다고 하니, 육성하고 있는 기업들이 궁금한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들이 있습니까?

    <기자>

    현재 퓨처플레이가 투자하고 있는 회사는 60여개 정도 됩니다. 저희가 바로 지난 시간에 소개한 인공지능 일정 관리 서비스를 만드는 '코노랩스'를 비롯해 자전거 스마트 잠금장치를 개발한 바이시큐 모두 퓨처플레이가 투자한 회사입니다. 이밖에도 딥러닝을 이용해 폐암을 진단하는 '브노', 산업용 드론을 만드는 '니어스랩', 사람의 뇌를 분석해 뇌질환을 예측하는 '뉴로게이저' 등 여러 분야의 회사에 투자하고 있는데요.

    퓨처플레이의 투자 방향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 즉 스마트폰 이후의 시장을 목표로 하는 회사에 투자한다는 겁니다. 어느덧 스마트폰이 등장한지도 10년이 다돼가는데, 그간 많은 기술 스타트업들이 '스마트폰'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고, 현재도 그렇잖아요. 이미 너무 많은 경쟁자가 등장한 이유도 있지만,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기기 등 스마트폰을 뛰어넘는 기술이 속속 등장해 여기에 발을 맞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겁니다.

    류중희 대표를 통해 자세한 내용 들어보시죠.

    <인터뷰>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기술이라는게 주기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퍼스널 컴퓨터, 그 다음에 웹, 그 다음 혁명이라는 게 모바일입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한. 하지만 슬프게도 모바일시대도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스마트폰이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누구나 당연하게 스마트폰을 쓰게 됐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스마트폰이라는 하드웨어도 진화할 것이고, 그럼 미래 하드웨어에 필요한 서비스들도 진화하겠죠. 소위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AI가 우리 삶을 도와주고 블록체인을 이용해서 거래를 하고, AR, VR을 이용해서 전혀 다른 사용자경험을 하게 되는 그 시장이 빠르게 열리고 있습니다. 저희가 타깃으로 하는 시장이 새로운 기술 기반 시장이라고 해서 포스트 스마트폰 시장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앵커>

    네. 그렇지만 벤처 엑셀러레이터라면 당연히 사업적인 측면을 고려해야하는 거잖아요. 마냥 미래 기술이라고 해서 투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퓨처플레이의 투자 전략은 무엇인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미래 유망 기술이라고 해도 너무 먼 미래의 일이면 그저 '꿈'에 불과하다고도 볼 수 있겠죠. 그래서 퓨처플레이는 먼저 투자하고자 하는 시장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그 후 그 시장 방향에 맞는 회사를 선별합니다. 많은 투자사들이 먼저 회사를 본 뒤, 그 회사의 기술과 사업성을 보는 것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죠.

    대표적인 예가 앞서 말한 플런티의 경우입니다. 퓨처플레이가 처음 플런티를 만났을 때 인공지능 기술에 필요한 자연어 기술, 그러니까 기계의 말이 아니라 인간의 말을 처리하는 기술은 뛰어났지만 그것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는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마침 수년전부터 인공지능 시장에 대해 연구하고 투자할 계획을 세워 놓은 퓨처플레이를 만나게 된거죠. 이미 시장이 뜰 거라는 걸 예측했기 현재 최고창의력책임자(CCO)를 맡고 있는 황성재 파트너를 아예 코파운더로 참여시켜 회사를 키우게 됩니다. 전체 시장의 사업성을 보고 그 가운데 최고 기술력을 갖춘 회사를 찾다보니 생긴 결실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관련해서 류 대표의 얘기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크게 저는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아무도 안하기 때문에 유망한, 다들 하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큰 시장이 될 수 밖에 없는 영역이 있습니다. 아무도 안하는 영역의 예는 많은 뇌과학 회사에 투자했습니다. 사실 뇌과학으로 어떤 제품을 만들고 어떤 서비스를 만들지 정형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려하고 있거든요. 저희는 용감하게 뇌과학 회사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얘기하기 때문에 대표적인 게 AI가 있겠죠. 이제는 AI를 얘기하면 식상한 게 됐지만 아직 침투하지 않은 영역들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혁신할 수 있는 회사들을 열심히 찾고 투자하고 있습니다"

    <앵커>

    대표의 말을 들어보면, 이미 잘나가는 회사를 발견해 투자한다기보다는 미리 시장을 예측해 관련된 유망 기업을 발굴해 육성한다는 거잖아요? 기업을 발굴하는 방식도 궁금하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현재 퓨처플레이가 진행하는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은 두 가지로 볼 수는 있는데요. 하나는 자체 프로그램인 '테크업'을 통해 예비 창업가를 선정해 창업과 교육을 진행하는 건데, 지난 3년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에 성공한 팀이 12개 정도 됩니다.

    또 하나는 대기업과 협력해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겁니다. 퓨처플레이는 현재 뷰티/헬스케어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아모레퍼시픽과 '테크업플러스'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련 분야의 예비창업자들의 선정해 초기투자금과 교육, 공간 등을 지원하게 되는데, 지난해에는 110개 팀이 몰려 경쟁률이 22대1에 달했다고 합니다. 벤처 투자사가 대기업과 협력해 공동투자를 진행하는 건 퓨처플레이가 최초입니다.

    이미 지난해 LG전자, 네이버 등에게 스타트업 발굴 투자금으로 30억원을 지원받기도 한 퓨처플레이는 스타트업 발굴에 대기업의 인프라가 아주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류 대표의 얘기 더 들어보시죠.

    <인터뷰>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스타트업들이 처음에 가진 게 없잖아요. 그 실행할 능력이 부족한데 의외로 대기업들이 굉장히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굉장히 많은 유통망을 갖고 있고, 브랜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특히 외국에 있는 투자자들과 얘기할 때면 한국에서 강한 게 있습니다. 뷰티나 K팝, 이런 쪽의 플레이어들과 우리나라 기술 회사를 연동하면 어떨까. 저희가 최근에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공동 엑셀러레이터 형식으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두번째를 시작하고 있는데, 그런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저희들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류중희 대표는 인텔 근무 시절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이 활발히 인수되는 것을 보고 "국내 스타트업에 비해 기술력이 특출나지 않은데 왜 그럴까'를 고민했는데, 기술과 경영을 같이 아는 사람이 드물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류 대표는 기반 기술은 좋지만 '이걸로 돈을 어떻게 벌지'라고 고민하는 회사를 계속 발굴해 낼 계획인데요. 올해는 블록체인 기반 스타트업을 집중 발굴하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앵커>

    네. 오늘 스타트업의신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정재홍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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