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여전한'노동이사제'…도입까지 '가시밭길'

김종학 기자

입력 2018-01-25 17:07  



    <앵커>

    국내 최대 금융회사인 KB금융의 노동조합이 올해 주주총회에 제안할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를 결정했습니다.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를 견제할 목적의 근로자 추천 사외이사제, 이른바 노동이사제 도입을 다시 추진하는겁니다.

    하지만 경영권 간섭이라는 경영계의 반발과 기존 주주들을 설득해야하는 어려움으로 인해 다른 금융회사까지 확산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김종학 기자입니다.

    <기자>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가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새로운 근로자추천 사외이사 후보로 정하고 이번주 조합원 동의절차에 들어갔습니다.

    권 교수는 코넬대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아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을 거치기도 한 인사와 노무 분야 전문가입니다.

    KB금융 노조는 작년 11월 KB금융 임시주주총회에서 부결된 한승수 전 사외이사 후보와 달리 정치활동 경험이 없는 권 교수를 내세워 외국계 주주들을 설득하겠다는 계산입니다.

    윤종규 회장 연임을 두고 사측과 갈등을 빚어온 KB금융 노조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권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낙하산 인사 방지 규정까지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입니다.

    <KB금융 노동조합 관계자>

    "당시 하승수 변호사는 법조 전문성이 기존 사외이사에서는 중복된다 했는데, 사외이사를 연임하지 않는다는 분중에 HR 전문가도 있고, 그걸 감안해서.."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이 작년 12월말 지분보유목적을 당초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수정하는 등 다른 대형 은행 노조들의 움직임도 달라졌습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사외이사 선임에 착수하는 등 올해 4대 금융지주가 정기주주총회에서 교체해야 할 사외이사는 전체 인원의 85%에 달합니다.

    금융권 노조가 이번 기회에 근로자 추천 사외이사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실제 도입까지는 변수가 적지 않습니다.

    노동조합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려면 우리사주조합을 포함해 지분 0.1% 이상에 해당하는 소액주주, 약 30만 명 안팎의 위임장을 받아야 합니다.

    또 금융, 인사, 회계 등 전문분야에 적합한 인사를 찾더라도 의결권을 많이 보유한 국민연금 등 대주주나 의결권자문회사의 평가 기준을 넘지 못하면 부결될 위험도 높습니다.

    근로자 추천 사외이사에 대한 정부의 모호한 입장도 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검토하라고 금융위에 권고했지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노동이사제를 법제화하는 건 시기상조"라면서, "금융회사가 알아서 할 문제"라고 한 발 물러났습니다.

    노동이사제 도입을 두고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간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혼란이 불가피해보입니다.

    한국경제TV김종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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