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지만 부드럽다.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바로 배우 조정석 이야기이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 월화특별기획 ‘투깝스’에서 1인 2역을 열연한 조정석과 마주했다.
‘투깝스’는 지난 16일 마지막 방송에서 31회 7.7%, 32회 9,7%(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며 월화극 동시간대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시원섭섭해요. 3개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3개월이 1년 같이 힘들었는데, 끝나고 나니까 ‘금방 지났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건 사실이었어요. ‘투깝스’는 1인 2역에 대한 도전, ‘액션킹’으로 거듭난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여러모로 저한테 도전이 된 작품이에요.”
조정석은 극중 정의감 넘치는 형사 차동탁과 그의 몸에 빙의된 사기꾼 영혼 차동탁(수)[공수창의 영혼이 빙의된 동탁. 이하 차동탁(수)]을 오가는 1인 2역으로 극의 중심을 이끌었다. 조정석이라는 배우에게 의존도가 컸던 작품이라는 점에서 부담감이 크지는 않았을까.
“의존도나 이런 걸 다 떠나서 부담감은 항상 갖고 있어요. 극중에서 내 역할이 얼마 만큼인지는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매 작품마다 부담감은 항상 컸어요. ‘질투의 화신’ 때도 그랬고, ‘오 나의 귀신님’ 때도 그렇고 남자 주인공으로서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크거나 작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다만 ‘주어진 것에 항상 열심히 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조정석이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감을 배가시켰던 ‘투깝스’는 그의 첫 1인 2역 작품이라는 점에 있어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이번 작품에서도 조정석의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이 빛을 발한 가운데 그의 스펙터클한 연기가 극을 풍성하게 채우며 32회의 여정을 하드캐리했다.
“1인 2역은 힘들지 않았어요. 1인 2역은 배우들이라면 ‘꼭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연기’라고 생각했고, 저 역시도 마찬가지였어요. 애초부터 이 캐릭터 자체와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작품을 시작했기 때문에 힘들진 않았어요. 차동탁의 몸에 공수창의 영혼이 들어와서 빙의가 되는 거니까 공수창의 영혼이 들어왔을 때의 차동탁의 모습에 제 상상력이 발휘 될수록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얼마나 그 인물에 대해 상상을 펼치느냐에 따라 꽃이 만개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1인 2역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어요.”
1인 2역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지만, 공수창이 빙의된 차동탁을 공수창을 연기하는 김선호와 비슷하게 보여야겠다는 고민은 늘 가지고 촬영에 임했다.
“그런 고민은 당연히 했죠. 하지만 제가 공수창 역을 맡은 것은 아니니까 ‘김선호의 연기와 비슷하게 보여야겠다’는 고민을 하긴 했어요. 그래서 선호가 연기하는 공수창을 많이 관찰하기도 했고 대화도 많이 했죠. 나중에는 대화가 점점 줄어들었어요. 서로 바라보는 관점이 비슷해지다 보니 서로 굳이 얘기를 나누지 않아도 호흡이 잘 맞더라고요.”
조정석과 김선호와의 브로맨스는 많은 호평을 받았다.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파트너십이 시청자를 매료했다. 마지막에 차동탁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었다는 비밀이 밝혀지며 위기를 맞이했으나 갈등을 해소하고 의기투합해 부패한 권력에 맞서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또 공수창의 영혼이 사라지려 하자 차동탁이 자신의 몸을 주려고 하며 애절한 장면까지 완성했다
“(김)선호는 정말 훨씬 더 잘 될 거예요. 처음 봤을 때 첫인상이 너무 좋았어요. 같은 학교 후배이기도 했지만 학교 동문이라고 해서 뭔가 선입견을 갖지 않았어요. 저는 ‘우리 후배구나’ 하는 좋은 감정도 선입견이라고 생각해요. 인간 대 인간의 첫 느낌을 중시하는데 선호는 그게 참 좋았어요. 예의가 바를 뿐만 아니라 배우로서도 순발력 좋고 센스 있고 똑똑해요.”
‘투깝스’는 차동탁, 공수창의 브로맨스를 중점적으로 그렸지만 반면 차동탁과 송지안(혜리)의 로맨스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줄어들었다. 당초 ‘투깝스’가 보여주려 했던 이야기 방향과는 다른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처음부터 감독님, 작가님과 브리핑 할 때 로맨스와 브로맨스를 동시에 이야기하셨어요. 촬영 이후에 어느 특정 부분이 더 강조되는 것도 없었죠. 사건과 이야기는 처음에 브리핑하면서 얘기했던 대로 흘러가긴 했어요. 아쉬웠던 부분은 조금 속도가 더뎠던 것 같아요. 후반부의 이야기가 좀 더 빨리 나왔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차동탁이 공수창에게 빙의돼 있다는 사실을 지안이가 조금 더 빨리 알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앞서 혜리를 배우로서 칭찬해 화제가 됐다. 대중이 바라보는 혜리와 배우들이 바라보는 혜리의 연기에 온도차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혜리와의 호흡이 배우로서는 어떤 점에서 좋았던 것일까.
“혜리는 정말 솔직한 사람이에요. 에너지가 넘치고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요. 연기는 정말 솔직해야 잘할 수 있어요. 상대가 액션을 보여줬을 때 리액션이 툭 나오는 것, 그게 좋은 연기죠. 혜리는 그런 연기를 해요. 아직까지 연기에 있어 기술적인 부분이 부족할 수 있겠지만 다른 배우들이 쉽게 가질 수 없는 너무나 좋은 습관을 갖고 있는 배우예요. 그렇기 때문에 더 좋은 발전 가능성이 있는 배우가 아닌가 싶어요.”
조정석은 나쁜 놈을 잡기 위해 불철주야 뛰는 형사는 물론 유들유들한 사기꾼, 180도 다른 캐릭터를 한 드라마에서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한계 없는 스펙트럼을 또 한 번 입증했다. 또한 시청자들의 희로애락을 자극하는 그의 연기는 깊은 몰입도를 선사했으며 ‘믿고 보는’ 타이틀을 여실히 실감케 했다.
“기사들을 보고 댓글을 보면서 그런 걸 실감하지 못했다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 공연할 때 신인시절에 인터뷰를 할 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신뢰할 수 있는,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라고 답했었는데, 지금의 과정이 꿈꾸던 배우에 부합하는 것 같아서 기분 좋고, 영광스럽게 생각해요. 부담이긴 한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요.”
조정석은 2004년 뮤지컬 `호두까기기 인형`으로 데뷔, 뮤지컬 `넌센스 아멘` 외(2005), 뮤지컬 `바람의 나라` 외 다수(2006), 뮤지컬 `올슉업` 외 다수(2007), 뮤지컬 `대장금` 외 다수(2008), 뮤지컬 `아일랜드` 외(2009), 뮤지컬 `트루웨스트`(2010), 뮤지컬 `헤드윅` 외(2011), 드라마 `더킹 투하츠`, 영화 `건축학개론` 외(2012),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 영화 `관상`(2013),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2014),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2015), 드라마 ‘질투의 화신’, 영화 ‘시간이탈자’(2016), 드라마 ‘투깝스’(2017) 등을 통해 무대와 스크린, 또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다양한 연기를 펼쳤다. 올해 영화 ‘미약왕’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휴식이라는 의미를 모르는 듯 조정석은 단 한 해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
“저보다 더 많은, 다작을 하는 배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만약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면 아마 안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지난주에 종방연을 했는데 며칠 쉬고 연극 ‘아마데우스’ 연습실을 갔어요. 힘든 것 하나 없이 충전이 확 되더라고요. 그런 현상에 대해 저 역시도 놀랍더라고요. 연극 무대는 저에게 친정과 같은 공간이다 보니까 쌩쌩해요. 오히려 몇 개월을 쉰다고 한다면 더 아플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조정석은 많은 후배들이 롤모델로 꼽는가 하면, 함께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선배로 꼽힌다. 그럴수록 책임감을 느끼고, 마음을 다 잡는다.
“기분이 좋은 일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책임감을 느껴야 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많은 선생님들이 저한테 ‘너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 후배들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기분 좋으라고 얘기해주시는 게 아니라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라는 의미에서 말씀해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책임감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조정석은 드라마 ‘투깝스’ 종영 이후 연극 ‘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 역을 맡아 무대로의 귀환을 앞두고 있으며 연극 ‘아마데우스’는 오는 2월 28일~3월 1일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4월 29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연극 ‘아마데우스’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이야기에요. 라이벌 간의 대립을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모차르트는 진짜 천재고 살리에르는 노력형 천재죠. 두 사람이 겪는 갈등, 살리에르가 모차르트한테 느끼는 열등감이 주를 이루는 내용이긴 해요. 두 인물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틀어서 후세에도 길이길이 남을 얘기라고 생각해요.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그 작품 감동스럽게 봤던 그 작품을, 제가 할 수 있다는 자체를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연극 ‘아마데우스’ 외에도 많은 활동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 ‘마약왕’이 올해 개봉해요.”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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