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메이커스] 가상화폐 AI 스피커에 도전하는 괴짜 공대생…'콩돌이 프로덕션'

유오성 기자

입력 2018-01-29 10:28  



    (▲ 사진 = 콩돌이 프로덕션의 이수현(좌) 군과 이진호(우) 군)

    가상화폐 투자를 돕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청년들이 있다. 이 청년들에 따르면 ‘비트박스’라는 이름을 가진 이 스피커는 일정한 시간이 되면 가상화폐 시세를 알려주고, 심지어 딥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해 가상화폐 장세를 미리 예측할 수도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혁신적인 스피커를 만드는데 소요된 시간이 겨우 1주일이라는 것이다. 가상화폐 전문가도 아니면서 인공지능을 탑재한 스피커를 뚝딱 만들어낸 청년들의 정체가 궁금해 이들을 찾았다.

    ◇ ‘가상화폐 AI 스피커’ 제작자가 평범한 대학생?

    사실 비트박스는 고도의 기술을 적용한 첨단제품이 아니다. 시중에서 파는 칩셋으로 내부 회로를 설계하고 3D 프린터로 비트코인 심벌모양의 케이스를 만들었다. 이들이 말하는 인공지능 역시 구글에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발표한 머신러닝 기술을 응용해 만든 알고리즘이다. 심지어 시세를 예측할 수 있다던 ‘비트박스’는 얼마 전 불어닥친 가상화폐 시장의 대 폭락을 예상하지 못했다. 상심했을 법 한 상황임에도 비트박스를 제작한 두 청년은 생기를 잃지 않았다.

    “저희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분석하면 시장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지가 궁금했어요. 결과보다 실험자체가 중요하다고 본거죠. 만약 잘되면 상품가치가 있는 거고 안 되면 왜 안됐는지 분석해 볼 수 있는 거잖아요.(수현)”

    ‘비트박스’를 제작한 이수현(25,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군과 이진호(25, 서울시립대 신소재공학과) 군의 정체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보통의 학생들이라면 인턴이나 토익 같은 소위 ‘스펙’을 쌓을 나이지만 이들의 관심사는 전혀 다른 곳에 가있다. 남들이 상상조차 못한 엉뚱한 물건들을 만드는 것이 괴짜 공대생들의 주요 업무다. 지난 2년간 이런식으로 만들어 낸 발명품만 수십 개다. 이수현 군은 “공학을 좀 더 재밌게 즐기는 법을 찾던 중 메이킹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 메이킹으로 다시 찾은 공학의 흥미

    두 청년들의 메이킹 활동은 대학 교육에 대한 실망에서 시작됐다. 페이스북 같은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아이언맨 슈트같은 멋진 물건을 만들 수 있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대학에 입학했지만 창업을 하거나 공학을 이용해 직접 물건을 만드는 사람은 드물었다. 매일 주어지는 과제와 퀴즈에 치여 사는 선배들을 보며 공학에 대한 흥미를 잃어갔다. 이수현 씨는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은 공학의 기본 지식이지만 그 것을 왜 배우는지, 어떻게 적용되는 지를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고 이 때문에 학교가 아닌 다른 일에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를 벗어나 창업과 인턴 등 다양한 활동을 하던 중 이 씨는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직접 설계하고 만드는 메이킹 활동을 알게 됐다. 특히 학교에서 배운 지식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마음을 뺐겼다. 곧바로 비슷한 고민을 하던 이진호 씨와 함께 ‘콩돌이 프로덕션’이라는 메이킹 팀을 결성했다. 구름전등, 방음헬멧, 발열장갑, LED 선글라스 등 처음엔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작품으로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로봇팔이나 자동포탑 등 공학적 지식이 필요한 작품으로 영역을 넓혀가며 메이커로서 제작역량을 축적했다.

    덕분에 잃었던 공학에 대한 흥미도 다시 찾게 됐다. 오히려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공학적 지식을 습득하게 됐다. 이진호 씨는 “메이킹 활동을 하다보면 남들보다 멋진 물건들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며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라 공학이 어렵기 보단 재미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 메이킹과 공학이 만든 환상적인 콜라보

    콩돌이 프로덕션은 제품을 만드는 활동에서 그치지 않는다. 제작과정을 보여주거나 재밌는 상황속에서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활용해 영상을 만드는 일도 함께 한다. 직접 만든 로봇팔에게 요리를 시키거나 방음헬멧을 쓰고 집안에서 노래를 불러보는 식이다.

    이들의 목표는 공학과 메이킹을 접목해 대중들이 공학을 보다 친근하게 만드는 것이다. 대학에서 배우는 어렵고 딱딱한 공학을 실제 적용해보고 거기서 느끼는 즐거움을 공유하는데서 의미를 찾는다. 이수현 씨는 “공학은 쓰기 위한 학문인데 공부만 해선 공학의 진짜 매력을 알 수 없다”며 “저희는 영상을 통해 공학을 하려는 사람에게 저희와 같은 활동을 시도해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THE메이커스'는 기술을 활용해 스스로 만들어내는 창작자, 장인 등 메이커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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