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서 말라리아를 막기 위해 나눠준 모기장이 물고기를 잡기 위한 그물로 변신하고 있어 자연은 물론 인류에도 위험을 주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은 1일 국제 과학학술지인 `플로스 원`(PLOS ONE)을 인용, 과학자들이 이들 모기장이 본래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물고기를 잡기 위해 모기장을 사용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사례가 94건이 됐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모기장을 이용한 어로활동은 동아프리카에서 가장 흔했으며 방글라데시는 물론 필리핀과 파뉴아뉴기니에서도 모기장을 이용한 어업이 인기라고 설명했다.
아프리카의 호수나 네팔에서는 모기장이 민물 어로용으로 사용되는 것은 물론 서아프리카 지역 등에서는 바다 어로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학자들은 모기장 어로가 어자원 보호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심층 연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영국 런던동물학회(ZSL)의 레베카 쇼트 연구원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미칠 여파에 관한 추가 연구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30억명 이상이 말라리아에 걸릴 위험이 있으며 모기를 막아주는 침대용 모기장이 말라리아 감염자 감소에 막대한 역할을 해왔다. 모기장 안에서 잘 수 있는 감염 위험 지역 인구는 지난 2003년 2%에서 2013년 49%로 늘어났으며 말라리아 감염자는 같은 기간 40% 가까이 감소했다.
모기장은 종종 무료로 배포되고 있지만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어 농작물 보호나 닭장을 만들기 위해 모기장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 결혼식장의 신부용 면사포로도 사용돼 의료 전문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런던동물학회의 닉 힐 연구원은 "모기장이 당초 배포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면 말라리아 감소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힐 연구원은 또 모기장의 그물망이 너무 촘촘해 어린 물고기들까지 잡아들여 어류 자원 보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자들은 또 모기장 그물 사용을 너무 엄격하게 금지하는 것도 잡은 물고기를 먹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힐 연구원은 "모잠비크에서는 모기장으로 물고기를 잡을 경우 징역 3년형에 처하고 있다"면서 "단속 위주의 대응은 최선의 방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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