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의 입`에서 `대통령의 입`으로…8달 반 靑 생활 마침표
"섭섭하기보다 시원한 느낌…대통령, 기자들 그리울 것"
"더 살기 좋은 충남의 여정에 여러분과 동행하겠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문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해온 박수현 전 대변인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직에 도전하기 위해 2일 사직했다.
대변인으로 발탁된 후 8달 반 동안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주요 국정과제를 대외에 알려온 소임을 마무리하고 자신의 고향이자 정치적 고향이기도 한 충남으로 돌아가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는 것이다.
박 전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고별 브리핑에서 "국민 여러분, 기자 여러분 그동안 많이 부족했지만 잘 이해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당시 `대변인의 말이 청와대의 품격이라고 말씀드렸고 말을 잘한다는 것은 잘 듣는다는 것이고, 기자의 전화·말을 국민의 목소리라 듣겠다`고 말한 점을 상기했다.
이어 "국회·야당의 말도 잘 듣겠다고 했는데 이 모든 약속을 얼마나 지켰는지, 떠나는 마당에 죄송한 마음도 든다"고 밝혔다.
박 전 대변인은 "저는 떠나지만 청와대에서 느낀 제 경험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작은 보탬이라도 되도록, 제가 어디 있든 정성을 다해 살아가겠다"고 말하고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인사했다.
박 전 대변인은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초대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안희정 충남지사 캠프의 대변인으로 활약하며 `안희정의 입` 역할을 했던 그는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되면서 `문 대통령의 입`이 됐다.
문 대통령과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한 안 지사 측 인물이 대변인으로 기용된 것을 두고 정치권은 `대통합·대탕평 인사`라고 해석했지만 박 전 대변인은 `누구의 사람`인지를 떠나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대 국회 4년 임기 내내 고속버스로 지역구와 국회를 오간 성실함을 비롯해 당 대변인과 원내대변인 등 총 5번의 대변인을 지내면서 언론과의 소통에 강점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무적인 면에서도 어느 정도 검증된 인사라는 게 중론이었다.
문 대통령도 박 전 대변인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모든 회의에 참석하라"며 "모든 회의에 참석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실세"라는 말로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11월 전병헌 전 정무수석이 물러난 뒤 후임으로 박 전 대변인이 고려됐던 것은 애초 `안희정의 사람`으로 불렸음에도 문 대통령이 그를 어느 정도 신뢰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인수위 없이 정권교체를 이뤄낸 정부의 첫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던 박 전 대변인은 특히 정권 초기 잇따라 발생했던 북한의 핵실험·미사일 도발을 어려웠던 순간으로 꼽았다.
박 전 대변인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는 말에 "북한 핵과 미사일로 인한 한반도의 긴장, 우리나라를 둘러싼 외교 문제, 이런 것들 때문에 굉장히 긴박하고 손에 땀이 났다"고 털어놨다.
박 전 대변인은 "통상 새벽 5시 반부터 회의에 들어가는 7시 반까지 2시간 동안 거의 모든 언론사 기자들로부터 전화를 받는데 평균 50통 정도를 그 시간에 받았다"고 말해, 매일 기자들의 취재에 응대하는 일도 쉽지 않았음을 에둘러 밝혔다.
그는 "솔직한 심정으로 말씀드리면 대변인이 워낙 격무를 해서 섭섭하기보다는 시원한 느낌이 더 강하다"며 "제일 보고 싶은 사람이 두 사람일 텐데 첫 번째는 대통령이고 두 번째는 당연히 기자들"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변인은 고별 브리핑과 함께 출입기자들에게 손글씨가 인쇄된 카드를 전했다.
카드에는 "인연은 스쳐 가지만 사람은 스며듭니다. 그 온기를 품고 세상 속으로 걸어가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고별 브리핑을 마친 박 전 대변인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의겸 대변인, 권혁기 춘추관장과 차례로 포옹하고 브리핑룸을 떠났다.
박 전 대변인은 이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새 정부 첫 대변인으로서 부담감이 적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과 참모진의 따뜻한 배려, 국민의 뜨거운 성원 덕에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어 "지난 8개월 저는 국민의 위대함과 우리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10년 적폐의 누란지위 속에서 문재인 정부는 희망과 신뢰, 소통과 공감을 보여줬고 국민은 화답했다"고 적었다.
박 전 대변인은 "이제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를 바탕으로 여러분과 함께 걷겠다"며 "더 살기 좋은 충남의 여정에 여러분과 힘찬 동행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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