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공전만 거듭하며 시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 사이 강남발 집값 상승세가 서울 주요 도심으로 번지는 과열 현상만 초래했습니다.
이주비 기자입니다.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재건축 연한 문제를 검토하겠다며 강화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곧바로 재건축 초과이익에 따른 부담금이 최대 8억 원을 넘을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까지 공개했습니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표적으로 삼은 정부의 으름장에 시장은 크게 반응했습니다.
강남 집주인들이 서둘러 매물을 거둬드렸는데, 수요가 여전히 많다 보니 매매가 상승률 폭은 그 폭을 더 키웠습니다.
강남3구를 온갖 규제로 짓누르자 강남발 집값 상승세는 인근의 강동구는 물론 마포와 용산, 성동구 등 주요 도심권으로 번졌습니다.
이미 쓸 수 있는 정책 카드가 다 나온 상황에서 고삐 풀린 서울 집값에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급기야 김현미 장관은 재건축 연한 강화를 40년으로 말한 적이 없다고 발뺌을 하며 시장 혼란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강남3구는 정부의 재건축 압박 카드에 반기를 들며 독자 노선을 선택했습니다.
정부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관리처분 과정이 타당했는지 검토하라고 했는데 이를 거부한 겁니다.
서울시는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에 힘을 싣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대안이 없어 허울뿐이라는 지적만 나옵니다.
오히려 초고층 주상복합 허가나 영동대로 지하화 등 인프라 개선 사업을 강남에 집중시켰고,
그린벨트 해제는 없다는 입장을 밝혀 서울에 추가적인 공공주택 공급이 가능할 지에 대한 의구심만 키웠습니다.
전문가들은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정부의 수요 억제책이 결국 시장 왜곡을 불러왔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심교언 / 건국대학교 부동산학 교수
"오를 때 대책을 내놓는 건 더욱 시장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나오지 말아야 할 대책이 아닌가라고 보입니다. 지금까지 수요대책을 수없이 내놓았지만 어떤 효과가 있었다고 검증된 연구 결과는 아직 하나도 없습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며 가장 강력한 규제책을 담은 '8.2 대책'을 내놓은 지 반 년.
그 사이 집값 급등과 정책 불확실성, 금융규제 등으로 시장의 혼란만 키우며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한국경제TV 이주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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