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보낼 고위급 대표단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포함한 것과 관련해 상당수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명확히 표명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자이자 회원국 `여행금지` 대상인 최휘 부위원장도 함께 온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북 제재망 흔들기의 의도가 엿보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북한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이끄는 고위급 대표단의 단원 3명이 김여정 제1부부장과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인 최휘 당 부위원장, 남북 고위급회담 단장인 리선권 조국통일평화위원회 위원장이라고 우리 측에 7일 통보했다.
이에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연합뉴스에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북한이 공을 많이 들이는 것 같고, 나름대로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여정을 보낸다는 것은 김정은의 의중을 담아서 보낸다는 의미가 분명히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남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또 북한이 핵을 가진 국가이지만 여전히 정상적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도이자 평화공세로 읽힌다"고 말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도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만으로 충분하다고 봤는데 김여정까지 오게 되면 북한이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를 다 보여주는 것 같다"면서 "남북 간 깊은 얘기를 할 수 있는 성의를 보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김영남과 김여정을 함께 보내는 것을 비롯해 북한의 협상 태도는 전례 없이 성의 있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점으로 미뤄볼 때 "북한이 적어도 북한 정권수립 70주년인 오는 9월 9일까지는 도발까지는 하지 않을 것 같고, 참을 수 있을 데까지는 참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정은이 남북관계, 북미관계 개선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라면서 "특히 남북관계를 매개로 북미접촉까지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차원에서 김여정을 공식 국제무대, 남북관계 무대에 데뷔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전 세계 언론이 다 모이는 한국에서 김여정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켜 김정은 체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 시선을 씻어내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여정은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김 위원장의 친서를 휴대하고 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김 제1부부장의 파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이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할 것이라는 미국 매체 보도가 나오고 있는 데 대한 대응적 성격도 엿보인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때 북한의 `실세 3인방`(황병서·최룡해·김양건)이 전격적으로 왔지만 전반적인 거시적 변화는 없었다"면서 "김여정의 방남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을 수도 있으니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최휘 부위원장의 파견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유엔 대북제재 대상이면서 선전선동 업무에 오랫동안 몸담은 최휘를 보낸다는 것은 북한이 이번 평창올림픽을 실질적인 대화의 진전이 아닌 `북핵 평화`라는 선전선동의 계기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기대반 우려반"이라고 말했다.
정성윤 연구위원은 최휘의 파견의 경우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대북 제재망을 이완하고 흔들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면서 "그래서 방남 대표단의 구성이나 방법이 대북제재와 충돌하게끔 하는 방식을 일부러 선택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정 연구위원은 또 "남한이 제재를 뚫고 북한과 대화할 진정성이 있는지 확인해보려는 것 같다"면서 "정부가 긴 호흡을 갖고 정세가 안 좋아질 때를 대비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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