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경유) 자동차 등에서 뿜어대는 질소산화물이 기준치보다 훨씬 더 낮은 대기 농도에서도 각종 질병과 조기사망률을 높이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21일(현지시간) 독일 공영 ARD방송이 보도했다.
ARD는 독일연방환경청이 질소산화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전국적으로 조사 평가한 미공개 연구결과를 단독 입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방송에 따르면 환경청 연구팀은 연간 평균 이산화질소(NO2) 농도가 기준치인 대기 1입방미터당 40마이크로그램(40㎍/m³)의 4분의 1인 10㎍/m³에서도 관련 질병으로 조기사망자가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대도시에 비해 대기가 깨끗한 독일의 농촌지역에서도 10㎍/m³을 훨씬 초과하는 경우가 흔하다.
독일과 유럽연합(EU),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NO2 대기환경 연간 기준치는 40㎍(0.021ppm) 이하다.
한국은 연간 0.03ppm으로 설정돼 있으며 이는 57.4㎍㎥로 환산된다.
따라서 이 연구결과는 독일과 EU 기준치의 4분의 1, 한국 기준치의 근 6분의 1 수준에서도 질소산화물로 인한 건강 손상과 조기사망이 크게 늘어남을 뜻한다
질소산화물로 인한 심혈관질환으로만 독일에서 연간 6천~8천명이 조기사망하며 교통량이 많은 대도시에선 건강 손상이 훨씬 더 크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환경청은 3곳의 표본지역에 대해 더 면밀하게 조사했는데 뮌헨, 베를린, 브란덴부르크주(베를린을 둘러싼 지방)의 순으로 피해가 컸다. 또 같은 도시나 주에서도 인구가 밀집하고 교통량이 많을수록 건강 손상과 조기사망 피해가 컸다.
이 연구는 지난해 5월 완료됐으나 환경청은 그동안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ARD방송은 전했다. 비공개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 보도는 디젤자동차 배출가스의 건강유해성에 대한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자동차업체들의 속임수가 드러나면서 독일 주요 도시들이 디젤자동차 도심 운행 금지 조치를 내린 것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연방행정법원의 판결 하루 전 나온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산화질소가 미세먼지의 주범 중 하나이며 심근경색·뇌졸중, 천식이나 기관지염 만성폐색성폐질환 등 호흡기질환 뿐만아니라 당뇨와 심장병 등을 촉발하거나 악화시킨다면그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유럽호흡기학회(ERS)는 "질소산화물 단기 노출과 사망률·입원·특정 호흡기질환 등의 증가 위험 간 상관관계는 오래 전에 과학적으로 입증됐으며, 장기간 노출에 따른 폐질환 및 조기사망 등 간의 연관성에 관해서도 과학적 증거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보건단체들은 국내의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기준치를 적어도 현행 EU나 세계보건기구(WHO) 수준으로 강화하고 배출량을 줄일 대책 시행을 촉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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