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나서자 재건축 단지들의 집단행동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의 일부 재건축 단지들이 최근 `강동구 재건축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25일 성명을 내는 등 공동행동에 들어갔다.
성명에는 명일삼익그린2차와 고덕주공9단지, 고덕현대 등 재건축 추진위원회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우리는 이미 예비안전진단을 이미 통과한 단지인 만큼 변경되는 안전진단 기준의 소급적용을 받을 수 없다"며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적용받으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말한 예비안전진단은 구청의 현장조사를 뜻한다.
과거 안전진단을 결정하기 전에 예비안전진단이 시행됐으나 이 제도는 현재 폐지됐고, 대신 구청이 현장을 육안으로 둘러보고 안전진단 여부를 결정하는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재건축 현장에서는 현장조사가 예비안전진단으로 통용되는 경우가 많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이들 단지는 작년 현장조사를 통과해 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토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방침을 밝히며 "새 기준이 시행된 이후 안전진단 의뢰가 들어간 단지부터 새 기준이 적용된다"고 밝힌 바 있어 국토부가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개연성은 크지 않다.
양천구 목동에서는 양천발전시민연대(양천연대)가 주축이 돼 정부의 재건축 규제 강화에 맞서는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양천연대는 마포구와 노원구, 강동구 등 서울의 주요 재건축단지 뿐만 아니라 부산 지역 단지들과도 의견을 교환하며 `비강남권 죽이기 저지 범국민 대책본부`(가칭) 설립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천연대와 다른 지역 재건축 단지 대표들은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조치와 관련해 이날 국회에서 국토부 관계자를 면담할 예정이다.
정부가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정안은 내달 2일까지 행정예고된 후 수렴된 의견에 대한 검토 작업을 거쳐 시행된다.
시행일 기준으로 안전진단 의뢰가 들어간 상태여야 강화된 기준을 피해갈 수 있어 재건축 단지들과 구청들의 안전진단 추진 속도도 높아지고 있다.
20일 정부 발표 이후 서울 시내에서만 송파구 아시아선수촌과 명일동 현대아파트 등 10여 곳에서 재건축 안전진단 업체 긴급 용역공고가 나왔다.
사업 속도가 더딘 목동의 경우 주민 동의를 받은 목동 신시가지 4·5·6·9·10·12·13 단지가 안전진단을 신청했다.
이에 더해 지방에서도 재건축 단지들의 안전진단 업체 선정 긴급 공고가 올라오고 있다.
광주에서는 화정동 우성1차아파트, 부산에서는 동래구 사직동 삼익아파트 등 사직 1-5지구 아파트 6개동에 대한 안전진단 업체 공고가 게시된 상태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의 행정예고 기간이 10일로 너무 짧은 것은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행정규칙법에는 행정예고 기간에 대해 `예고 내용의 성격 등을 고려해 정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20일 이상으로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임의로 행정예고 기간을 10일로 단축했다.
양천연대 관계자는 "이 사안은 국민의 재산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내용이어서 공청회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의견 수렴을 10일로 제한하고 있다"며 "행정예고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등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목동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실 관계자는 "의견수렴 기간이 너무 짧은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행정예고 기간에 많은 의견이 접수될 것인데, 국토부가 시간적 여유를 갖고 충분히 검토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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