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선생의 유해가 25일 고향인 경남 통영으로 돌아왔다.
1995년 11월 독일 베를린에서 타계한 윤 선생이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묻힌 지 23년 만이다.
독일에서 옮겨온 윤 선생의 유해는 이날 오후 3시 30분께 통영시추모공원 내 공설봉안당에 임시 안치됐다.
통영국제음악당 플로리안 리임 대표는 독일에서 가져온 유해를 공설봉안당 앞에서 대기 중이던 윤 선생의 아내인 이수자(91) 여사에게 전달했다.
고령에 거동이 불편한 이 여사는 주변의 부축을 받으며 담담한 표정으로 공설봉안당에 직접 유해를 안치했다.
이 여사는 "남편의 유해를 이렇게 돌려받을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며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동진 통영시장은 "현대음악의 거장인 윤 선생을 마침내 고향에 모셔서 정말 기쁘다"며 "이로써 통영이 현대 음악가들을 위한 성지가 된 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이수자 여사, 플로리안 리임 대표, 김동민 통영시장만 참석해 비공개로 진행됐다.
유해 이장 절차를 위해 독일로 건너간 윤 선생의 딸 윤정씨는 아직 베를린에 체류 중이며 이달 28일 귀국할 예정이다.
통영음악당 관계자는 "애초 항공우편으로 유해를 이송하려 했으나 베를린 현지에서 계획이 바뀌어 플로리안 리임 대표가 직접 가져온 것"이라며 "유족 뜻을 따라 비공개로 유해를 통영에 모시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는 공설봉안당에 유해를 임시 보관하다가 내달 말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에 이장식을 개최할 계획이다.
`통영 바다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전 뜻에 따라 윤 선생 묘소는 통영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통영국제음악당 인근 공터에 마련된다.
베를린을 근거지로 음악 활동을 한 윤 선생은 1967년 중앙정보부에 의해 조작·과장된 동백림(東伯林·East Berlin)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고초를 겪었다.
이후 국내에서는 이념성향과 친북 논란 등으로 제대로 음악성을 평가받지 못했지만, 해외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음악기법 및 사상을 융합시킨 세계적 현대 음악가`, `유럽의 현존 5대 작곡가` 등으로 불렸다.
한편 보수 성향 단체인 `박근혜 무죄 석방 천만인 서명운동본부` 경남본부 소속 50여 명은 이날 통영시 문화마당에서 집회를 열고 "작곡가 윤이상의 유해를 국내로 송환하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길남 박사의 가족은 윤이상의 권유로 월북했고, 그로 인해 오 박사의 부인 신숙자 씨와 두 딸은 북한에 억류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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