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송이 소년 '두 번 고통 준' 중국

`눈송이 소년` 울린 중국..돕겠다 약속하더니 "나몰라라"
눈송이 소년 온정 손길 기숙학교·기업들, 여론 관심 식자 180도 `말바꾸기`



눈송이 소년을 `두 번 고통 준` 중국에 대한 비난 여론이 뜨겁다.

13억 중국인의 마음을 울린 `눈송이 소년`에게 보였던 온정의 손길이 상당 부분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 보도해 주목된다.

눈송이 소년은 이 때문에 외신 보도 직후 주요 포털 실검에 등극했으며 이에 대한 갑론을박 역시 뜨겁다.

외신을 인용한 연합뉴스에 따르면 눈송이 소년은 올해 초 중국 내 소셜미디어에 사진과 사연이 올라온, 윈난(雲南)성 자오퉁(昭通)시 주안산바오(轉山包) 마을에 사는 8살 소년 왕푸만(王福滿).

사진 속 눈송이 소년 왕푸만은 겨울옷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얇은 옷차림을 한 채 머리와 눈썹은 온통 눈으로 뒤덮여 서리까지 맺혔고, 볼은 추위에 빨갛게 상기됐다.

이 초등학교에서 약 4.5km 떨어진 마을에 사는 눈송이 소년은 영하 9도의 맹추위 속에서도 목도리나 장갑을 하지 않은 채 매일 1시간 넘게 걸어서 등교하다가 이런 모습이 된 것이었다. 담임교사가 찍은 이 사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국에 전해졌고, 그에게는 `눈송이 소년`(氷花男孩)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눈송이 소년 사진이 확산되자 중국 전역에서 온정의 손길이 쇄도했고, 수일 만에 모인 성금의 액수는 30만 위안(약 5천만원)을 넘어섰다. 자오퉁 시의 한 기숙학교는 눈송이 소년의 열악한 사정을 딱하게 여겨 왕푸만이 무료로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도시로 돈을 벌러 나간 농민공이었던 눈송이 소년의 아버지는 자오퉁 시의 한 건설회사가 일자리를 주겠다고 약속해 가족과 함께 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눈송이 소년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었다. 동화는 없었다. 눈송이 소년에겐 사실상 냉대와 무관심이 전부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눈송이 소년을 위해 모인 성금 5천만원 중 왕푸만 가족에게 전달된 것은 고작 8천 위안(약 130만원)에 불과했다. "하룻밤 새에 부자가 되는 것은 어린이에게 좋지 않다"는 것이 정부가 밝힌 이유였다.

눈송이 소년 무료로 받아주겠다고 약속한 기숙학교도 거짓말로 일관했다. 이 학교는 불과 1주일 만에 왕푸만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감자밖에 먹을 게 없는 집과 달리 먹을 것도 많고, 선생님들도 잘 가르쳐서 좋았다는 왕푸만은 풀이 죽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눈송이 소년 아버지도 속긴 마찬가지였다. 왕푸만의 아버지를 하루 200위안(약 3만4천원)의 중국 내에서는 상당히 높은 임금으로 고용하겠다고 약속한 기업도 말을 180도 바꿨다. 지금은 일자리가 없다며 돌려 보냈다.

사실상 눈송이 소년 가족을 너도 나도 이용한 셈. 결국 이들 기숙학교와 기업이 온 국민의 관심을 이용해 홍보 효과를 노렸다가 언론의 관심이 식자 눈송이 소년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결국, 13억 중국인의 마음을 울린 `눈송이 소년` 왕푸만 가족에게 남은 건 찰나의 동화 뿐이었다.

눈송이 소년 이미지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