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북미간 긴장고조와 짧은 해빙의 순간들

입력 2018-03-09 20:45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5월 안에 역사적인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백악관이 8일(현지시간) 발표한 이 소식은 북한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둘러싼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 국면에서 급작스럽게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진전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AFP 통신은 제1차 북핵 위기 이후 출현한 북미 간 긴장 고조와 짧지만, 주기적으로 있었던 해빙의 순간들을 되짚으며 이날 합의에 의미를 부여했다.


◇`악의 축`(axis of evil)
2002년 1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새해 국정연설에서 북한과 이란, 이라크를 대랑파괴무기(WMD)를 생산하는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거론했다.
그해 10월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을 이용한 핵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북한은 곧바로 이를 시인했다.
2004년 8월 북한 외무성은 6자회담을 앞두고 부시 미 대통령에 대해 "히틀러를 몇십 배 능가하는 폭군 중의 폭군이고 그러한 폭군들로 구성된 부시 일당은 전형적인 정치깡패집단"이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2006년 10월 북한은 제1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 테러지원국 해제
2008년 10월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북한은 대한항공기 폭파사건으로 1988년 1월 미국에 의해 테러지원국 명단에 오른 뒤 20년 9개월 만에 테러지원국의 굴레를 벗게 됐다.
방북한 미국의 6자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부상 사이에 합의된 영변 핵시설에 대한 `순차적 분리검증안`을 미국 정부가 수용하면서다.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해 주는 조건으로 검증을 위한 사찰 의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다시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오토 웜비어
2016년 1월 북한은 `반공화국 적대 행위` 혐의로 버지니아 종합대학 학생인 오토 웜비어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해 3월 북한 최고재판소는 숙소 호텔의 제한구역에서 선전물을 훔쳐 체제전복 혐의로 기소된 웜비어에게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2017년 6월 웜비어는 의식불명 상태로 미국에 송환된 지 일주일 만에 숨졌다. 웜비어 이외에도 현재 3명의 한국계 미국인들이 북한에 억류돼 있다.
◇ 트럼프 VS 김정은
2017년 1월 2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트위터에 "북한이 미국 일부 지역에 닿을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의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는 주장을 했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6개월 후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 모든 영토가 우리의 ICBM 사정권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8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솔직히 말해 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8월 29일 북한은 일본 상공을 지나는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는 답이 아니다"고 했다.
북한은 트럼프의 군사옵션 경고 속에서도 9월 3일 제6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수소폭탄 실험을 성공리에 했다고 발표했다.
◇ 말폭탄
2017년 9월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거래를 하는 제3국 금융기관과 기업, 개인을 겨냥한 새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틀 전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향해 `완전파괴`, `자살임무`, `로켓맨` 등 초강경 단어를 사용하면서 "미국은 엄청난 힘과 인내가 있지만,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를 `노망난 늙은이`(dotard), `정신병적인 광태`(mentally deranged) 등이라는 표현을 쓰며 맞받아쳤다.
또 2018년 1월 김정은 위원장이 새해 첫날 신년사에서 "핵 단추가 책상 위에 놓여있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트위터를 통해 "나는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이 있다"고 맞받아 한반도 긴장이 한껏 고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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