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베트남, 연인, 인도차이나, 그린파파야의 향기, 씨클로...`
- 베트남 영화를 보면 베트남이 보인다-
베트남 투자·진출을 검토하는 투자자들에게 베트남 영화를 강추한다. 베트남 영화를 보면 베트남이 보인다. 재미는 기본이고 각 영화 속에서 베트남의 숨겨진 모습을 발견할 때 느끼는 수확의 기쁨이 크다. 일거양득 일타쌍피다.
베트남 영화 속에 베트남의 과거, 현재, 미래가 있고 베트남을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와 진실이 담겨있다. 게다가 그곳에는 베트남 사업·투자 성공의 비밀도 숨어있다. 영화 속의 지난 100년을 보면서 앞으로 올 100년을 내다보는 지혜와 혜안을 갖게 될 것이다. 마치 갯벌 진흙 속에 숨겨진 진주조개 같다고 할까, 들판 속에 감춰진 금 노다지 같다고 할까.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5, Out of Africa-로버트 레드포드, 메일 스트립 주연, 시드니 폴락 감독)를 보고, 서부 아프리카 가봉, 카메룬(West Africa Gabon, Cameroon)에 상사 주재원 파견을 자원했던 필자로서는 1992년 6월 베트남에 첫발을 디디면서, 끝없는 호기심이 발동했고 당연한 수순으로 베트남 영화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때 본 영화들 중에 ‘굿모닝 베트남, 연인, 인도차이나, 그린 파파야의 향기, 씨클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굿모닝 베트남’(1987, Good morning Vietnam-로빈 윌리엄스 주연, 베리 레빈슨 감독)은 베트남이 미국과 전쟁 중이던 1965년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사이공 공군 라디오 DJ로 애드리안 크로너(로빈 윌리엄스 분)가 상관의 지시를 무시하고 그만의 스타일로 방송을 진행한다. 그는 곧 최고의 인기 방송인이 된다. 그의 파격적인 방송은 군 상부의 반발을 사게 되어 제재를 받게 되지만, 전쟁을 사랑할 수 없었던 애드리안은 따뜻한 인간에 대한 사랑과 평화의 집념으로 계속 자기 스타일로 방송을 해 나간다. 미군 사상자들이 군용트럭에 실려 수송되는 배경과 같이 전쟁의 참혹한 모습 속에 울려 퍼지는 ‘루이 암스트롱(Louis Amstrong)’의 영화 OST ‘What a wonderful world(얼마나 멋진 세상인가)’의 가사는 혹시 ‘신의 경지에 다다른 감독’이 만든 연출이 아닐까 의구심이 들 정도다. 루이 암스트롱의 굵은 허스키 보이스의 재즈 노래와 함께 1960년대 베트남의 모습을 덤으로 감상할 수 있다.
‘연인’(1992, The Lover-제인마치, 양가휘 주연, 장 자크아노 감독)은 1929년 프랑스 식민지하의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프랑스인 소녀(제인 마치 분)가 기숙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메콩 강을 건너다 같은 배에 타고 있던 부유한 중국인 남자(양가휘 분)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가난한 10대 프랑스 소녀는 부유한 남자를 허락하고 처음으로 육체적 쾌락을 경험하게 된다. 가난하고 불우한 가정환경과 자신을 혐오하던 소녀는 이내 욕망에 빠져들지만, 욕망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아름다운 세기의 로맨스 영화다. 1920년대 프랑스인들의 중국인에 대한 시각을 잘 엿볼 수 있고, 프랑스 식민지 시절 사이공(현재 호찌민시)의 시내 풍경과 학교, 메콩강 일대의 옛 모습을 탐험할 수 있는 재미가 쏠쏠하다.
‘인도차이나’(1992, Indochine-까뜨린느 드뇌브 주연, 레지스 와그니어 감독)는 1930년대 프랑스 식민지하의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엘리안느 드브리(까뜨린느 드뇌브 분)는 인도차이나에서 태어난 프랑스인으로 라텍스 나무를 키운다. 엘리안느에게는 안남의 황녀였으나 사고로 부모를 잃은 까미유(린 당 팜 분)라는 양녀가 있었고, 그녀에게 프랑스 상류 교육을 시키며 남다른 애정을 베푼다. 어느 날, 프랑스의 해군 장교 장 밥띠스뜨(뱅상 페레 분)가 사이공에 오게 되고 엘리안느와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운명의 장난처럼 양녀인 까미유도 장을 좋아하게 되었고, 엘리안느는 까미유를 서둘러 친족과 결혼시키려고 했으나 실패한다. 까미유는 장을 찾아갔고, 사고로 프랑스 장교를 살해하게 되면서 함께 피신 생활을 한다. 둘은 아이를 낳고 유랑하던 중, 결국 체포되어 교도소에 들어간다. 1930년대 프랑스 식민지 시절 베트남 사람들이 당했던 고통의 역사를 재확인할 수 있고, 베트남 독립영웅 호찌민 주석이 왜 그토록 베트남의 독립과 자유 행복을 갈망했는지 알 수 있다. 전쟁과 식민지화가 만들어낸 베트남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영화다. 보너스로, 지금도 존재하는 사이공(현재 호찌민시)의 호텔 콘티넨탈 사이공 등 오래된 건축물들을 발견하는 뜻밖의 횡재를 얻을 수 있다. 1994~5년 경 이었든가, 필자는 호찌민 동커이 거리에 있던 ‘몬타나 카페(Cafe Montana)’에서 이 영화의 양녀 역이었던 까미유(린 당 팜 분)를 우연히 만나 한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호사를 누렸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베트남영화 마니아에게 행운이 찾아온 것일까.
‘그린파파야의 향기’(1993, The scent of green papaya-트란 누 엔 케, 만상루 주연, 트란 안 홍 감독)는 1951년 베트남의 사이공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딸을 잃은 부잣집 종으로 들어간 어린 무이의 이야기와, 첫사랑 남자의 집에 하녀로 들어가 한 여인으로서의 삶을 살게 되는 어른 무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베트남 사람들의 조용하고 서정적인 성품을 빗소리와 우기 풍경에 잘 담아 완벽하게 표현했다고 여겨진다. 베트남 사람들과 사교를 할 때 참고가 될 수 있는 영화다.
끝으로, ‘씨클로’(1995, Cyclo-레반록, 양조위, 트란 누 엔 케 주연, 트란 안 홍 감독)는 근대 생활 환경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사고로 죽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씨클로를 운전하는 18세의 ‘씨클로 보이’(르 반 록 분)의 이야기다. 유일한 생계수단인 씨클로를 건달들에게 빼앗기고, 갱 조직에서 일할 것을 요구받는다. 마지못해 이들에게 협조하던 소년은 시인(양조위 분)이 속해있는 갱 조직에 본격적으로 가담하면서 소년은 빠른 속도로 범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이러한 부정적인 면 때문에 베트남 정부는 사회의 혼란을 야기한다며 상영 금지시키기도 했다. 이 영화는 베트남 사람들의 어두운 부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이 베트남에 투자·진출하거나 대인관계를 맺을 때 참고할 만한 요소를 제공해 준다고 판단된다.
최근 주변에 베트남 투자·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 같다. 베트남에 가서 정말 성공하길 원한다면 이번 주말 베트남 영화를 한편 보는 건 어떨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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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현수/K.VINA비즈센터 수석전문위원, (주)코베캄대표/코베캄포럼회장, 건국대부동산대학원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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