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시선]반동의 시절

입력 2018-03-29 15:34  

    시장을 향한 신선한 시각……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반동의 시절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투자자 여러분 나스닥이 또 크게 내렸습니다. 다우지수가 보합권에 마감한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죠. 최근 나스닥이 계속 고난입니다. 페이스북이 정보유출 문제로 이번 달 들어 13%나 내렸고 테슬라는 모델 X의 사고로 인해 첫 번째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 3의 생산에 차질이 있을 것이고 그로 인한 재무상태의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이틀 동안에만 16%가 내렸습니다.

    주가의 하락보다 더 심각한 것은 채권입니다. 어제 하루에만 테슬라가 발행한 채권 가격이 무려 12%나 하락을 했습니다. 이 정도면 시장에서 테슬라 채권은 이미 소화가 안 된다고 봐야 합니다.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이 중단이 되면서 엔비디아 주가가 크게 내렸다는 건 어제도 전해드렸죠? 미국 기술주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이른바 FANG 주식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습니다만 이 FANG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게 아마존이었죠. 그런데 어제는 이 마마존이 또 다른 타겟이 됐습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 기업에 대해 다른 수준의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져서 그런 건데요.

    아마존은 미국 유통, 물류의 혁신을 일으킨 기업입니다. 미국소비자 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는 이유도 이 아마존이 유통혁명으로 가격을 내려버리니까 다른 리테일러들도 다라서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돼서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 그런 반면 고용유발효과는 어떻습니까? 아마존이 사람을 쓰지 않는 다는 건 아닙니다만 아마존으로 인해 경영이 악화된 거대 리테일러와 폐업을 하는 중소 상인들이 고용했던 저소득 근로자들을 이 유통공룡이 다 흡수할 수는 없죠.

    사실 이 문제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이번 주말이 부활절 주간입니다만 미국에서부활절 주간은 종교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의류 같은 리테일러들이 겨울을 끝내고 새로운 봄 상품을 내고 한해 장사를 새기분으로 시작하는 쇼핑시즌이기도 합니다. 사람들도 겨우내 입었던 두꺼운 겨울 외투를 벗어던지고 화사한 봄옷을 사러 나옵니다. 크리스마스, 새해 쇼핑 시즌 이후 처음 맞는 쇼핑 시즌이기에 리테일러들의 기대가 그 만큼 큽니다만 이제 미국의 전통적인 골목 상권에 가보면 이들 자영업자들이 정말 많이 줄어든 걸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뉴욕에 대표적인 흑인, 히스패닉 상권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맨하탄125가 그러니까 할램, 브루클린의 풀턴몰, 브롱스의 포담, 그리고 한국 분들이 많이 사는 플러싱 주변의 자메이카 상권 이런 곳은 예전에 이런 쇼핑 시즌이 되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의 번화한 상권이었습니다만 요즘 이 지역의 명성은 상당히 퇴색이 됐습니다. 바로 아마존 같은 온라인, 모바일 쇼핑 때문입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요즘 잘나가는 넷플릭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영화를 CD롬에담아서 배달하던 업체였습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미국 전역에 블록버스트 같은 비디오 대여점이 거뜬히 성업 중이었습니다만 이제는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비즈니스 모델로 옛날 얘기가 됐습니다. 여기에 또 실업이 생겼고 프랜차이즈를 경영하던 자영업자들은 새 사업을 찾아야 했습니다. 자영업자들은 문을 닫고 상권을 떠나고 이곳에 일하던 저임금 근로자들은 맥도날드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의 문을 두드리니 미국의 대기업들이 최저임금을 비롯한 임금을 올릴 이유가 없는 겁니다. 일할 사람은 많으니까요.

    일자리를 만들고 임금을 높여서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트럼프의 입장에서 아마존은 좋은 타겟이 될 겁니다.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를 압박해서 미국 사람 쓰고 미국 물건 사서 쓰라고 압박을 하면서 또 내부적으로 아마존 같은 유통공룡을 건드릴 수 있다는 거죠. 제프 베조스는 안그래도 워싱턴 포스트를 사들이면서 까지 선거전에서 일반적으로 힐러리의 편에 섰던 인물이라 트럼프를 더 자극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혁신기업들의 수난은 단순한 개별 이벤트로 보이지 않습니다. 혁신의 과정에는 항상 반동의 시간을 거치게 되어있습니다. 크게 보아 지금 전 세계는 반동의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그 반동의 기운이 내세운 인물이 바로 트럼프입니다.

    이들 혁신 기업이 또 다른 독점을 낳고 그 독점의 피해를 본 다수를 정치인 트럼프는 자기 편으로 삼으려 할 것입니다. 이 기업들의 주가를 보면 현기증 날 만큼 많이 올랐고 그 상승세의 혜택은 일부만이 나누었기에 트럼프에게는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 겁니다. 트럼프가 대세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지연시키고 성가시게 할 수는 있을 겁니다. 이 성가신 상황이 나스닥의 변동성 확대로 나타나게 될 것이고 우리 시장에도 성가신 상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한국경제TV  제작1부  박두나  PD

     rockmind@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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