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부터 매주 화요일 수백명에 달하는 암 환자들이 피켓을 들고 금융감독원 앞에 모입니다.
금감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은 모두 암 수술을 받은 암 환자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암보험` 가입자들입니다.
이들은 암보험에 가입했는데도 불구하고, 애매한 약관 탓에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고 토로합니다.
암보험은 보험 가입 후 진단과 수술, 입원, 통원, 요양, 사망의 모든 과정동안 암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에 따른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상품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사망자의 사망원인 1위는 암으로 전체 질병의 27.8%(7만8천194명)를 차지합니다.
그 수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이 같은 암 사망이나 치료 비용에 대한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 국내 보험사들은 다양한 암보험 상품을 개발해 판매해 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암보험 약관에 명시돼 있는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수술, 입원, 요양한 경우 암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문구.
보험사들은 `직접적인 목적`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암 수술 외에 요양병원 입원이나 합병증으로 인한 수술 등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이와 관련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같은 보험사 상품에 가입한 사람이라도 일부 암 환자는 수술 외 요양병원 입원에 대해 보험금을 일절 지급받지 못하고, 일부는 보험금의 절반만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받는 등 일괄적이지 않은 행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가계 민간의료비는 2008년 27조5천억원에서 2016년 54조6천억원으로 약 2배 증가했습니다.
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의료 신기술 장비 도입 등으로 의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암보험은 정작 제 역할을 못한 채 정체돼 있는 모습입니다.
금감원은 현재 이와 관련해 접수된 민원 사례별로 보험금 지급 여부를 살펴본다는 계획이지만, 사실상 모든 보험사의 상품이 대상이고, 미지급금 규모도 상당한 만큼 피해자들을 모두 구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앞서 발생한 자살보험금 사태와 같이 정비되지 않은 보험약관 때문에 소송 등에 비용과 시간을 쏟는 피해자들이 발생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목소리도 높아집니다.
현재 금감원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암환자 모임의 회원수는 1천300여명. 하지만 아직 암에 걸리지 않았지만 미래에 대비해 암보험에 가입한 사람들, 미래의 피해자는 그 몇 배에 달합니다.
보험사라는 회사의 특성상 손해율 관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만, 암이라는 중대질병을 빌미로 비싼 상품을 팔았다가 정작 약관을 핑계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행태가 근절돼야 `보험사는 도둑`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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