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물타기'에 사태 왜곡 우려도
`무차입 공매도` 의혹으로 공매도 폐지 여론까지 불러일으킨 이른바 `삼성증권 사태`가 현행법상 공매도 규정 위반으로 처벌이 불가능한 사안으로 확인됐습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의 규정에 따르면 증권시장에서 매수계약이 체결된 상장증권을 해당 수량의 범위에서 결제일 전에 매도하는 경우는 공매도로 보지 않습니다.
지난 6일 삼성증권이 착오로 주당 1천주의 주식을 배당한 뒤 일부 직원들이 이 `유령 주식`의 일부인 501만주를 시장에 팔았지만 이 가운데 250만주는 삼성증권이 결제분을 다시 매수하는 방식으로 포지션을 상쇄했고, 나머지 물량에 대해서도 기관투자자와 대차계약을 맺어 결제 불이행 사태를 막았습니다.
실제 매수계약 이후 결제가 이뤄지는 10일 전까지 배당착오된 물량을 자체적으로 소화했기 때문에 이번 `삼성증권 사태`는 자본시장법이 규정하는 공매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복수 관계자들의 해석입니다.
금융당국도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채 주가 하락을 노려 매도 주문을 내는 `무차입 공매도`와 달리, 이번 사안의 경우 실제 개인 계좌에 입고된 주식을 팔았기 때문에 무차입 공매도로 볼 수 없고 관련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도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매도 주문을 낸) 직원 계좌에 당시 주식이 찍혀있는 이상은 공매도로 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설명대로라면 공매도가 아닌 사안이 공매도 폐지 논란을 불러일으킨 셈입니다.
삼성증권의 배당착오 실수가 불거진 뒤 이를 공매도 문제로 받아들여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한편으로 이같은 흐름이 `물타기`로 작용해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증권거래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한 만큼 공매도 제도에 대한 불신감 역시 이번 사태로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번 사안을 공매도 폐지와 엮어 해결하려 한다면 오히려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등 또다른 문제점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공매도 폐지로 이번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도 없는 데다 실제 처벌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여론에 떠밀려 당국이 공매도 문제에 집중할 경우 이번에 드러난 사상 초유의 시스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삼성증권 사태`의 해결 과정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비정상매매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 확보로 꼽습니다.
증권사에서 매도하려는 주식이 확보되어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관리하는 곳이 어디에도 없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해당 증권사 뿐 아니라 시장 관리를 담당하는 한국거래소의 시장관리 문제, 규제 당국의 감독 소홀 여부 등 시장 주체에 대한 책임 소지를 명확하게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비정상 거래를 검증해야 할 주체인 거래소의 책임과 함께 그동안 증권사에 대한 정기 검사에서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 감독 당국의 책임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삼성증권 사태와 관련해 우려스러운 것은 공매도 논란 등으로 본말이 전도되며 대응이 늦춰지는 점"이라며 "현재의 시스템대로라면 특정 증권사가 삼성전자의 주식 등을 임의로 생성해 팔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고, 이를 해커 등이 악용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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