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합작 투자사인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만기가 다가오면서 복잡한 함수관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매입에 대한 소식에 "근거가 없다"며 부인하고 있지만, 정작 바이오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삼성의 바이오사업과 관련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함수관계를 정리해 봤습니다.
▲ 바이오사업에 뛰어든 삼성
지난 2011년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 (현 제일모직), 삼성전자가 각각 40%, 삼성물산이 10%, 다국적기업 퀸타일즈(임상대행기관, CRO)이 10%의 지분을 가지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합니다.<자본금 3천억원>
삼성그룹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설립전부터 사실 바이오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습니다.
차세대 먹거리를 준비했던 삼성그룹은 2011년 5월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에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위한 3만리터 규모의 공장 설립에 나섰습니다.
이 때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R&D)도 하고, 생산(CMO)도 하는 컨셉이었습니다.
▲ 바이오젠을 끌어 들인 삼성
그런데,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2012년 2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바이오젠 아이덱`(Biogen Idec, 현 바이오젠)과 함께 합작법인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만듭니다.
연구개발과 생산(CMO)을 분리한 것이지요.
그룹 인사에서 바이오분야의 경영이 `원 톱`인 김태한 사장에서 `투 톱`인 김태한·고한승 사장 체제로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을 끌어 들이기 위해 우수한(?) 제안을 하게 됩니다.
그게 바로 콜옵션 권리 부여입니다.
▲ 바이오젠에 하사한 콜옵션 `부메랑`
나중에 바이오젠이 원할 경우 최대 `50%-1주`라는 옵션을 투자 계약에 넣었습니다.
수 차례 유상증자에도 바이오젠은 잘 참여하지 않으면서 지분율은 초기 투자 당시 15%에서 지난해 말 5.39%(111만 5천주)까지 떨어집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달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아직까지 영업손실(적자)를 내고 있는 기업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Biogen Therapeutics Inc.는 당사와의 주주간 약정에 따라 당사의 피투자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49.9%까지 매입할 수 있는 행사가능한 권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바이오젠이 행사할 수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공정가치 근거로 환산할 경우 1조 9,335억원에 이릅니다.(삼성바이오로직스 감사보고서 참조)
행사기간은 올 6월까지로 알려져 있는데, 바이오젠이 행사할 수 있는 가격은 1주당 ‘5만원+이자 비용’ 수준입니다.
바이오젠의 지분율이 5.39%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6월까지 45.51%의 주식을 삼성바이오로직스에게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율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50%+1주, 바이오젠이 50%-1주의 구도가 되는 것이죠.
파트너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영 참여 요구는 물론 경영권마저 좌우할 수 있는 지분율이 되는 것이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삼성은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 도로 ‘종속기업’으로 전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전후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바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법 평가, 적용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를 이유로 투자자산으로 분리해 종속기업을 관계기업로 변경한 바 있습니다.
이로 인해 금융감독원의 회계 처리에 대한 특별감리가 진행중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감사보고서에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습니다.
"당사는 2015년 이전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당사의 종속기업으로 분류하였으나, Biogen Therape-utics Inc.가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잠재적 의결권이 실질적인 권리에 해당되고, 해당 약정으로 인해 관련활동을 일방적으로 통제할 수 없어 당사는 2015년 중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기업에서 제외하였습니다. 다만, Biogen Therape-utics Inc.가 옵션만기일(2018년 내)까지 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지배력에 대한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삼성바이오로직스 감사보고서>
어렵죠.
쉽게 풀어본다면, 바이오젠이 올해까지 콜옵션 행사하지 않을 경우, 즉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현재대로 지분을 유지할 경우 종속기업으로 다시 분류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될 수 있습니다.
파란만장(?)한 회계 처리 방식이죠.
시장에서 흘러 나온 얘기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지분 가운데 30%는 삼성물산이 매입한다는 내용입니다.
▲ 애매한 삼성물산
하지만, 삼성물산의 입장도 애매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43.4%를 보유하고 있어 최대주주인데, 자회사의 지분까지 추가로 사는 것을 선택하기는 애매한 것이겠지요.
애초 출범후 한 차례 분리했는데, 로직스와 에피스가 재합병을 추진하지 않고서야 투자할 이유가 마뜩이 없는 것입니다.
<남편에게 용돈 주고 아들에게 용돈 주는 부인의 입장이 아니라면 모를까>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현재 바이오에피스의 주식매입 계획은 없다"면서도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어떤 뜻인지 아시죠?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전 수뇌부의 교통정리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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