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훈 기자의 청와대는 지금] 文 '김기식', 盧 '이기준' 사태 재현되나

권영훈 기자

입력 2018-04-11 11:45   수정 2018-04-11 14:00



김기식 금융감독원 원장에 대한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여러 명의 고위공직자가 낙마했다. 당시 청와대는 빠르게 수습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김기식 원장에 대해선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김 원장에 대한 모든 의혹이 사라지고 자리를 유지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김 원장이 어떤 식으로든 사퇴할 경우 청와대까지 그 후폭풍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참여정부 시절 이기준 부총리 인사 파동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 핵심 의혹 `외유 출장`‥靑, 김기식 `엄호`

김기식 금감원장 관련 핵심 의혹은 `외유 출장` 여부다. 김 원장이 정무위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인 대외경제정책원(KIEP)과 한국거래소의 지원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고, 우리은행 돈으로도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2015년 9박10일 일정으로 미국, 유럽에 간 KIEP 출장에는 여성 인턴도 동행했다. 여기서 공식일정은 거의 없고 대부분 현지 관광이란게 야당의 주장이다. 여성 인턴은 어떤 배경인지 해외 출장 이후 9급에서 7급으로 고속승진하기도 했다. 여기에 정치후원금 의혹도 추가로 나왔다. 김기식 원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여론은 싸늘한 분위기다. 김 원장은 정무위 의원 시절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피감기관에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했던 터라 비판의 목소리가 더 높은 상황이다. 급기야 청와대가 백기사 역할을 자처한 모양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9일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이나 그렇다고 해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특히 "조국 민정수석이 임종석 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라 김 원장 의혹 관련 해외출장 건들을 확인했는데 모두 공적인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며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김기식 원장 엄호에 나섰지만 야당의 사퇴 압박은 더욱 커지고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과거 김 원장이 소장으로 있는 더미래연구소에서 강연한 사실까지도 드러났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김기식 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글도 수십건에 달한다. 앞으로 여론 대다수가 등을 돌릴 경우 청와대나 김 원장이 취할 운신의 폭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 김기식 인사파문, 제2의 이기준 사태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쓴 <운명>이란 책을 보면 `참여정부의 실패한 인사` 얘기가 등장한다. 2005년 1월 故 노무현 대통령은 이기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명했다. 그런데 판공비 문제, 사외이사 겸직 문제, 아들 병역기피 문제 등 각종 의혹들이 터져나오면서 지명 사흘만에 사퇴했다. 노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했고, 인사수석과 민정수석이 자리에서 물러났고, 인사추천위원 전원이 사표를 냈다. 당시 시민사회수석이었던 문 대통령은 "검증과정에서 다 확인하고도 부적격 사유라고 판단하지 않았다"며 참여정부 최대 인사 실패 사례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김기식 인사파문이 제2의 이기준 사태를 낳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여러 명의 고위공직자들이 낙마했다. 김기식 원장의 전임인 최흥식 전 원장 역시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으로 자진사퇴했다. `적폐청산`이란 대업을 이루겠다는 문재인 정부. 그런데 청와대가 유독 김 원장만은 적극 엄호하는 모양새는 기존 고위공직자 문제를 빠르게 수습하던 것과 사뭇 다르다. 김 원장은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출신이다. 조국 민정수석, 장하성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현 정부 실세들 역시 마찬가지로 참여연대 출신이다. `제식구 감싸기`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원장에 대한 모든 의혹이 풀려 금감원장직을 유지하면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외유출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문제는 심각하다. 김 원장이 어떤 식으로든 사퇴한다면 그 후폭풍이 청와대로까지 미칠 수 있다는 거다.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주요 지지기반 중 하나가 시민단체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한미FTA 등 여러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시민단체와 오히려 관계가 멀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저서 <운명>에 언급했듯이 참여정부 실패를 교훈삼아 시민단체와 함께 가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게 있다. 이번 김기식 금감원장 인사파문이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한편으로 벌써부터 청와대 2기 개편과 개각 얘기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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