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훈 기자의 청와대는 지금] 인사참사 역풍‥'꺼져가는 촛불' 정부

권영훈 기자

입력 2018-04-17 12:17   수정 2018-04-17 13:50



2017년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 `이게 나라냐`란 질문에 `이게 나라다`로 답하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2년차에도 불구하고 70% 내외의 지지율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만 봐도 `나라다운 나라`에 거는 국민적 기대는 유효하다. 그런데 촛불이 바람 앞에 흔들리고 있다. 이른바 `인사참사`라는 역풍 말이다. 이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어수선한 정국을 타개해야 한다.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것은 물론이다. 촛불의 열망이 식지 않는 나라를 기대해 본다.



# "인사검증 뭘 했나"‥8번째 고위공직자 낙마

문재인 정부에서 8번째 고위공직자 낙마 사태가 일어났다. 김기식 금감원장이다. 그동안 야권에서 `셀프 후원`, `외유 출장` 의혹 제기에도 `해임 불가` 입장을 고수한 청와대는 기존 낙마 인사들보다 충격이 더 클 것이다. 전방위적인 `김기식 지키기`가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 9일 "청와대의 조국 민정수석은 임종석 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라 4월6일부터 9일까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일부 언론의 의혹 제기에 대해 그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결과 의혹이 제기된 해외출장 건들은 모두 공적인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며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이나 그렇다고 해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야권의 반발과 비판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청와대는 12일 선관위에 적법성 여부를 가려달라는 질의를 보냈다. 다음날인 13일 문 대통령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기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며 개혁인사 저항에 대한 토로했다. 그러나 결국 16일 김 원장은 선관위의 위법 판정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실제로 낙마 인사들을 보면 주로 개혁성향이 강한 인물이란 공통점이 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기정 국가안보실2차장,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보좌관 후보자 등이다. 그런데 문제의 본질은 청와대 인사검증 부실 논란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고위공직자 낙마 사태가 잇따르자 지난해 11월 기존 5대 비리 외에 음주운전, 성범죄까지 포함해 고위공직자 인사 배제 원칙을 세웠다. 이번 김기식 원장의 사례에서 보듯이 선관위가 위법으로 판단한 `정치후원금`이나 정치자금 수수 소지가 있다고 결정한 `피감기관 출장`이 새로운 인사기준에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인사검증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른바 `인사참사`가 연발하는데도 청와대 누구도 책임지는 일은 없다. 야권에서 `김 원장 인사 재검증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조국 민정수석을 비롯해 청와대 인사라인 총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민정수석, 인사수석실에서 책임지는 일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참여정부 시절 이기준 부총리 인사 파문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인사수석과 민정수석이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선관위가 김 원장 의혹에 대해 위법 판단을 내린 후가 더욱 황당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피감기관 해외출장건은 적법하다고 봤지만, 정치후원금은 민정수석실 검증 당시 내용을 몰랐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생긴 거다.



# "열린인사가 뭐길래"‥靑, 드루킹 추천 인사 면접

네이버 댓글조작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이 사건으로 구속된 민주당원 김모씨(필명 드루킹)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인사청탁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 의원은 16일 "김모씨(드루킹)가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모 변호사의 이력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김경수 의원 이야기 대로 인사수석실로 추천이 들어왔다"며 "인사수석실에서 자체 검증을 했지만 요청한 오사카 총영사 자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기용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이 지난 2월 드루킹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일종의 압박을 받은 뒤 심각하다고 생각해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연락을 했다"며 "백 비서관이 추천을 받은 인사에게 전화해 청와대 연풍문 2층으로 와 달라고 해서 1시간가량 만났는데 역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가 안된다. 드루킹이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경수 의원을 통해 청와대에 인사청탁을 넣을 정도인지 궁금하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열린추천 인사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경수 의원이 열린 추천을 한 것이고, 공정한 프로세스를 밟아 적합하지 않다고 판정을 내려서 (피추천인이) 배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사수석실에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열린추천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범법자의 청와대 인사청탁이 성공하지 못한 건 국가적으로 봤을 때 다행스런 일이다. 다만 청와대 인사 프로세스상 드루킹과 같은 일반인 인사청탁이 언제든 가능하다는 점은 차후 문제가 될 소지가 충분하다.



# 다음주 남북정상회담‥"문 대통령이 나설 때다"

오는 27일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2018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린다. 남북정상이 11년만에 만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때문에 정국혼란을 하루속히 타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구체적으로 청와대 인사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함께 단호한 결단이 요구된다. 국가적 대형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해 보인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표어는 `평화, 새로운 시작`이다. 남북 국가간의 평화를 넘어 이념, 계층, 세대 등 국가 내부의 평화까지 이뤄야 `나라다운 나라`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다. 촛불의 불씨는 아직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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